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금융공공성 강화해 강력한 산별노조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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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049회 작성일 19-07-26본문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금융공공성 강화해 강력한 산별노조 만들 것"
돈을 다루는 일에는 엄격한 룰이 필요하다. 노동과 자본, 소비 주체들이 서로 맞물려 제 기능을 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돈이다. 금융산업이 수많은 법으로 규율된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이유다.
단단하게 보였던 빗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다방면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던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주도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정은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허권(55·사진) 금융노조 위원장이 "금융공공성 강화"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다동 사무실에서 창립 59주년 기념식을 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오전 같은 곳에서 허권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금융공공성 강화를 비롯한 3대 과제에 매진할 것"이라며 "60주년을 앞두고 강력한 산별노조 완성의 기틀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권 위원장 임기는 내년 1월 말까지다.
- 내년이면 노조 창립 60주년이다. 소감이 어떤가.
“금융노조는 대한민국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산별노조 중 전체 사업장이 참여한 가운데 산별중앙교섭을 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노동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노동운동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 60주년을 앞두고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이것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하겠다.”
인터뷰가 진행된 사무실 벽면에는 붉은빛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한민국 금융공공성, 금융노조가 촛불을 다시 켜겠다.”
허권 위원장은 “재벌과 보수언론의 노동에 대한 공격으로 문재인 정부가 흔들리는 사이 국민이 다시 금융공공성이 파괴된 시대를 살고 있다”며 “금융공공성이라는 불씨를 되살려야 노조의 역사성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공성 파괴된 시대, 불씨 되살려야"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그동안 퇴진운동을 했는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천박한 노동관을 보였다. 노조 수출입은행지부의 낙하산 인사 반대운동을 ‘노조가 존재감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폄훼했다.
기업은행지부가 노동이사제보다 한 단계 낮은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추진했음에도 자기들 마음대로 낙하산을 내리꽂았다. 대통령 공약사항인데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은산분리 규제강화 입장에 반대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추가적으로 규제완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원칙과 금융공공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금융개혁의 길은 흔적을 찾기 어려울 만큼 뭉개졌다.
재벌과 대기업을 비호하는 데에만 앞장섰다.”
노조는 7월22일 성명을 내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의 표명의 실질은 파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권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노조는 계속 반대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금융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했던 정책을 반대로만 하면 된다.
금융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금융위가 성장위주의 관료주의적 정책으로 청와대의 눈과 귀를 가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달리 노동존중 철학을 갖춘 인물이길 바란다. 노동현장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최종구 반대로만 하면 된다"
- 7월부터 금융권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다. 부작용은 없나.
“금융권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다. 조합원들이 연간 2천400시간 이상 일한다. 업무 특성상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하루 1시간 이상 초과근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초과근무가 발생해도 시간외근로수당을 안 주려고 한다. 은행들이 현재의 인력으로 노동시간단축을 하려고 한다.
그건 제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서둘러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 금융 노사 산별중앙교섭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올해는 임금만 교섭하는 해라고 한다. 그런데 노조가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저임금직군 처우개선’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관한 안건이다.
사측이 금융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것은 저임금직군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결단만 내리면 된다.
저임금직군 처우개선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해결과도 연관된다. 정규직 대비 임금을 80%까지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한꺼번에 올리기 어렵다면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노사가 목표에 공감하고 함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저임금직군 처우개선은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일이다. 금융노조의 노력으로 주 5일제가 도입되지 않았나. 저임금직군 처우개선은 총파업과 맞바꿀 수 있는 요구다.”
"저임금직군 처우개선, 총파업과 맞바꿀 수 있는 요구"
- 공공부문 직무성과급제가 논란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성과연봉제의 또 다른 이름이다. 분명하게 반대한다. 객관적인 직무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의 기획·재무·영업 등 수많은 업무는 협업을 기반으로 영위된다. 직무성과급제는 협업을 파괴하고 임금차별과 인권유린을 촉발할 것이다.
축구를 보면 골키퍼·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 포지션이 있다. 직무성과급제 논리로 골을 넣은 사람에게만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누가 수비수나 골키퍼를 보겠나.
공공기관도 그렇고 은행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직무성과급제는 직장 팀워크를 해치고 공공성을 파괴하는 제도다.”
- 위원장에 출마할 때 "경쟁을 멈추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얼마나 달성했다고 보나.
"지난해 12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절대평가를 확대하고 평가항목을 축소하기로 사용자협의회와 합의했다. 현장에서 연중 벌어지는 프로모션·이벤트·캠페인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런 합의가 있었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아 조합원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산별합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노동조건감찰단을 꾸렸다. 현장 간부와 함께 합의사항이 지켜지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금융노동자 간 경쟁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금융산업 공공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경쟁을 멈춰야 한다."
- ‘1인 1당적 갖기’ 운동이 눈길을 끈다.
"노조 강령에 '노동운동의 총단결로 노동자계급의 지위향상을 위한 정치경제 투쟁에 앞장서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한다'는 대목이 있다. 노조가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었는데, 안 지켜지는 내용이 많다. 노조 안에서 정치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노조가 안고 있는 과제는 대부분 국회나 정치권과 맞닿아 있다. 민원인 역할을 넘어서야 할 때다. 조합원들이 정치의 주체세력으로 등장해야 한다. 1단계로 7월 말까지, 2단계로 올해 말까지, 3단계는 내년부터 10만 조합원이 함께할 때까지 1인 1당적 갖기 운동을 추진하는 것이다."
- 임기 막바지다. 소회와 남은 기간 계획이 궁금하다.
"박근혜 정부가 해체한 금융권 산별중앙교섭을 복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성과연봉제 폐지와 금융산업공익재단 설립으로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60만 금융가족들의 문재인 정부 지지선언으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임기 동안 3대 핵심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금융공공성 강화와 노동자 경영참여, 그리고 정치세력화다. 이러한 가치들이 왜 중요한지를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조합원들이 3대 핵심 과제에 공감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 이를 기반으로 강력한 산별노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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