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 인터뷰, 울산의 미래 위기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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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052회 작성일 19-05-07본문
울산의 미래, 말뫼냐 디트로이트냐
지역본부가 고민하는 울산 위기의 해법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
제조업의 중심지 울산을 가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기상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조선산업을 비롯해,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위기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특히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지 조선산업과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을 진단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이번 기획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인 울산을 취재해 제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스웨덴 서남부 끝에 위치했던 한 도시는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스웨덴 제3의 도시로 성장했다.
1974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을 도입하면서, 스웨덴은 물론 유럽의 조선산업 번영을 상징하는 도시로 변화했다. 하지만,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위기의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도시를 지탱했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았다.
2002년, 상징과도 같았던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았다.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돼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시민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생겼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라고 불리며 ‘모터 시티’(Motor City)라는 별칭이 붙은 디트로이트에는 미국 자동차 ‘빅3’였던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생산 공장이 모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아성은 미국 시장 내에 일본 도요타를 비롯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위협 속에서도 3사는 자신들의 지배력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디트로이트는 무너져 내렸다.
찬란했던 도시는 ‘유령 도시’로 변해갔다. 황금기였던 1950년대 180만 명에 달했던 인구수는 70만 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인구가 빠져나간 도시는 빠르게 슬럼화됐다.
울산의 위기를 두고 ‘말뫼의 눈물’이냐, ‘디트로이트의 몰락’이냐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의장에게 울산의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울산이 위기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나?
울산은 1962년 울산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50년 만인 2011년에 수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다.
수출을 위주로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비철금속까지 4대 주력업종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 왔다. 또한, 전국 수출입 물량의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5년 선박 및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울산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5년 수출액이 6백억 달러로 떨어진 이후 아직까지도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9년 2월말 기준 전국 대비 수출액은 12.5%, 수입액은 11.9%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했던 울산이 무너지면 전체 수출기지가 무너지는 것이므로 울산의 위기는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심각하게 봐야 하는 문제다. 울산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심각해진다. 울산 주력산업의 침체로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기업들은 지역투자를 기피하고 해외 투자를 확대했다. 그러면서 내수가 침체되고 일자리는 감소했다. 사업장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노사 간 갈등이 확산됐다. 울산지역 인구가 빠져나가고, 집값이 폭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주력 업종 중 하나인 조선산업은 이제야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 자동차의 경우도 아직 피부로 느낄 만큼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위기를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원청보다 협력업체에 더 많다. 소득이 낮은 가정이 일자리까지 잃었으니 악순환이 더 심해지는 구조로 울산이 흘러가고 있다.
대표적인 주력 산업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석유화학산업은 건재하다고 하지만,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발 쇼크가 가장 크다.
중국에서 워낙 대규모 공장들을 짓고 있으니 수출길이 점점 막히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질이 점차 좋아지고 있어 언제까지 지금의 호황이 유지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주력 산업 중 어느 하나도 비전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이 상황이 U자 곡선으로 좋아질 거라면 안심하겠지만, L자 곡선으로 떨어지고 있어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수치적인 위기뿐만 아니라 체감하기에도 울산은 위기에 빠졌다. 사정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니 주머니를 선뜻 여는 사람들이 없다. 저녁에 문을 여는 상가도 찾기 쉽지 않다. 특히, 택시기사들 얘기를 들으면 위기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밤 10시만 되면 시내에 사람들이 없어 손님 잡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조합원이 늘지 않고 있다.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총 노동자 수가 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보면 울산은 위기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울산이 위기에 닥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퇴직 이후와 노동 양극화다. 현재 울산인구가 117만 명 정도다. 이 중에 베이비붐 세대들은 17만 8천여 명이다.
이들은 향후 4~5년 뒤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퇴직 후의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울산에서 가장 소득이 높고 자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속적으로 지가가 유지되고, 노인일자리를 확보해 울산에서 살만한 조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런 방안이 없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 후 200만 원 정도의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4~5시간 정도 일하고 당장 70만~80만 원 정도의 급여만 받아도 울산을 쉽게 떠나지 못할 거라고 본다. 연금과 일정 정도의 소득만 있어도 울산에서의 노후가 안정됐다고 생각하고 울산을 떠나려는 발걸음을 돌리게 될 거다.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면 그 숫자만큼 전부 채용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기업에 물어보면 심지어 아예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게 고스란히 울산의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어느 한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산업에만 베이비붐 세대가 있고 석유화학산업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없나. 주요 기업들 구성을 보면 88년~92년 입사자가 거의 50~60%다. 이들이 몇 년 후면 퇴직하는데, 그 빈자리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으니 고용률이 떨어지는 거다.
더 큰 문제는 협력업체다. 원청에서 그런 식으로 줄이는데 협력업체는 어떻겠나. 관심이 주요 기업에만 맞춰지는데, 진짜 문제는 협력업체 쪽이다.
다음으로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다. 울산은 양극화의 끝판왕이다.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다.
한국 100대 기업 중 직원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 반면에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도 있다. 양극화 해소는 울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하청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대기업 원청이 하청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돈이 내려가지 않으니 협력업체는 노동 강도 높여야 마진이 생긴다.
이런 구조에서는 일은 힘든데 임금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원·하청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 양극화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자산 양극화와 사회 양극화까지 이어지게 된다. 결국 울산시 전체의 양극화가 심해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하청업체들이 모여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원청의 압박으로 회사가 피해를 보게 될까 적극적으로 행동을 하는 데도 멈칫하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노사민정이 머리를 맞대고 원·하청 구조를 조사하고, 노사민정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려 당사자들 다 불러서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사민정이 모여서 문제 해결에 대한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시에서는 노사민정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지방정부 활동을 평가한다면?
울산시에서 노사민정 회의라고 해서 ‘화백회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문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울산시장이 새로 취임한 지 10개월 정도 지났지만, 아직까지 노사민정이 한 번도 자리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울산이 위기라는 말은 나오고 있지만, 사실 어떤 게 위기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해 본 적이 없다.
지방정부에서는 노동계가 체감하는 위기, 자본이 말하는 내용을 통해 진짜 위기인지 진단하는 것이 먼저다. 2017년에 9만 4천 명이던 서비스업종 종사자가 2018년에는 8만 1천 명으로 14.3%가 줄었다. 2016년에 6만 3천여 명이던 조선업종 노동자들은 2018년 말에는 3만 4천여 명으로 줄었다.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는데, 지방정부는 그렇게 줄어든 3만 명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노사민정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노사에만 맡겨뒀다.
지역의 노사민정 단위들이 머리를 맞대고 울산지역의 문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총체적인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노사민정 회의는 지방정부에서 기획한 내용에 따라 일 년에 한 번씩 회의만 진행하고 식사만 하는 식이었다.
합의서를 만들었다고 해도 합의서 내용이 지켜진 게 하나도 없었다.
만약 지금도 이전과 똑같은 방식의 회의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지역본부 차원에서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 그런 식의 진행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바가 없다.
울산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먼저, 지방정부의 노사민정 회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구성으로 변화해야 한다. 지금은 사무국이 없는 상태다.
업종 분과나 사무국을 두고 실질적으로 울산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주요 기업들을 보면 울산에 공장만 있고 본사는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본사가 구태여 서울에 있지 않아도 되는 기업들이 많다.
본사가 울산으로 옮겨오면 인구 유입이나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다. 노사민정이 함께 울산에 주요 기업 본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든가 할 필요도 있다.
지금 울산에 혁신도시가 들어와 있는데, 울산으로 주거지를 옮긴 사람은 거의 없다. 전부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울산의 정주율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울산으로 이사를 와도 다른 데 발령이 나면 또 가야 되니 구태여 울산으로 올 이유가 없다. 게다가 지금 주택 지원하고 있는데 3년 지나서 끊기면 이사해야 한다.
쥐꼬리만한 급여 받아서 서울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는데, 그 때 되면 완전히 빈곤층이 된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노사민정이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회의를 거쳐 나온 방안을 토대로 책자를 만들어서 권고할 내용은 권고하고 선전 활동을 하면서 기업들에게 알려나가야 한다.
또한, 돈이 좀 든다고 하더라도 노측이나 사측, 민간의 전문가 그룹들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말 위기를 대처할 만한 실력이 있는 각 그룹들로 사무국을 둬야 한다. 다음으로 지방정부의 정무 라인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대로 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누구와 무슨 방법으로 극복할 건지에 대해 분명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로드맵과 관련한 이야기 없이 노사민정의 제도에 대한 문제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울산이 말뫼로 갈 것인지, 디트로이트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 지방정부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사례를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스웨덴을 공부해야겠다고 판단하면 노사정 대표나 전문가들이 시간이 들더라도 해당국에 직접 가서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공유하고 울산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의지다. 울산이 정말로 위기에 처해있다고 생각하고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 시장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노사 중 누가 참여를 꺼리겠는가. 위기를 그대로 내버려둘 건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발전시킬 건지는 지도자의 몫이다.
울산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지금에 와서 이걸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거냐. 모두의 책임이다.
근본적으로 지방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한계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앉아서 죽을 거냐. 그게 아니라면 지방정부가 먼저 나서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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