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 “집배원 과로사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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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1,907회 작성일 19-05-22본문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 “집배원 과로사 막아야 한다”
노사 합의는 신뢰의 문제...우편은 보편적 서비스
집배원 과로사 해결 방안 내놓지 못하면 총파업 불가피
우체국 집배원들의 과로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만 집배원 3명이 심정지 등으로 숨졌다.
물론,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7년 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위원장 이동호, 이하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강성주, 이하 우본), 민간전문가 등이 의기투합해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꾸렸다.
추진단은 1년간의 논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집배원들의 안전사고와 과로사를 막기 위해서 집배원 2,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당시 강성주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우정노조와 올해 안으로 집배원 1,000명을 우선 증원하기로 합의했다.
우편사업의 오랜 적자 구조 속에서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위해 이달부턴 우편요금을 기존보다 약 15%(50원), 큰 폭으로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우정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배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한마음 한뜻을 모았던 노사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5월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서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14일 성명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추진단의 권고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본이 지난해 10월 추진단 권고를 받아들여 2019년 내에 집배원 1,000명을 증원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그보다 앞선 5월엔 긴급 노사협의회에서 올해 7월까지 토요 배달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두 가지 합의사항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올해 1,96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고 하니, 인력을 늘리면 적자가 더 늘어날 것 아니냐, 그래서 어렵다는 주장이다.
-우본은 지난해 집배원 1,120여 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주장하던데?
우본은 상시 집배원과 위탁 집배원 모두를 구분 없이 집배원으로 본다.
우본이 위탁 집배원 900명을 늘린 것을 집배원 증원 규모에 포함한 것인데, 이는 긴급노사협의에 따라 토요일 배달 폐지와 경인청 등 집배 인력 부족이 심각한 관서에 집배 인력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을 권고한 내용을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달엔 우편요금을 50원 더 올리지 않았나?
보통 20~30원 오르던 우편요금이 50원으로 크게 올랐다.
지난 2월 이낙연 국무총리와 동석한 자리에서 이낙연 총리가 기재부 차관을 불러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집배원 인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우편요금이 50원 오르면서, 수익도 올해엔 700억 원, 내년엔 1,000억 원 늘 것으로 예상된다.
우본에 따르면 상시 집배원 1,000명을 채용하는데 300억 원이 든다. 오는 7월부터 집배원 1,000명을 늘린다고 해도 올해에 150억 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 것인데, 우본이 적자를 핑계로 증원을 하지 않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셈이다. 결정적으로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딴지를 걸고 있다.
-딴지? 무슨 뜻인가?
이달 초에 윤종원 경제수석을 만나러 갔더니, 자신이 CEO 같아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선 인력 증원이 어려울 것 같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발언했다.
청와대는 노사 간에 합의한 사항을 지키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청와대 경제수석이) 노사가 경영위기를 생각해서 인력 충원을 하라는 말은 곧 인력충원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집배원 증원을 반대하는 쪽에선 계속해서 우편 사업의 적자를 근거로 삼을 텐데.
경영 논리에 의하면 시골에 있는 우체국은 모두 없애버려야 한다. 전국의 우체국 3,000여 곳 중에 절반 이상이 적자가 나는 우체국이다.
우편은 보편적 서비스다. 구조적으로 흑자를 볼 수 없다. 수익을 따지면 누가 편지 한 통 전달하려고 시골까지 120km를 달려가나? 우본의 경우 80%가 인건비다.
성장을 하더라도 인건비 상승분을 쫓아가지 못하는 구조다.
-소포 사업은 어떤가?
소포 사업도 적자다. 그런데 우본은 매년 20%씩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금 수익으로 직원들의 봉급을 주기 위해서다.
이전엔 한국은행에서 500억 원 빌려다가 쓰고 연말에 결산하면서 갚곤 했다. 반면, 사업을 확장한 만큼 인력과 인프라는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집배원이나 계리원 등에서 결원이 생기면 즉각 채용하지 않음으로써 적자 폭을 줄여왔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우본이 합의대로 인력을 늘리지 못할 것이라면, 소포 사업을 무작정 확장만 할 것이 아니라 집배원 정원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2014년에 토요일 배달을 폐지해봤더니 전체 소포 물량에서 약 10% 정도가 빠졌다.
그때처럼 토요일 배달만 폐지해도 집배원들의 과로사가 줄고 삶의 질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본에 대해서는 일반회계로 지원해줘야 한다.
또는 예금사업에서 난 이익잉여금을 일반회계에 전출하지 않고 우본이 자체적으로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우본이 생긴 이래 이익잉여금 총 2조 8,000억 원을 일반회계에 전출해왔다. 우리가 번 돈은 우리가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애기다. 강원도 모 우체국에선 과장이 오토바이 수리비를 주지 않아서, 업체 사장이 고발하겠다고 나선 실정이다. 국가공무원이 수리비를 안 준다는 게 말이 되나?
-주52시간 도입으로 노동 강도가 더 강해졌다던데.
일방적으로 주 최대 52시간에 맞추라고 하니까 저녁 8시, 9시에 퇴근해도 (주 52시간을 넘는 시간에 대해서는)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17년에 고용노동부가 실사를 해서 우본이 시간외 수당 미지급 분 20억 원을 소급해 지급한 바 있다. 지금도 그러한 정도의 무료 노동이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았을 거다. 지난 주에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냈다.
-앞으로 계획은?
이런 와중에 올해에만 집배원 8명이 죽었다. 쓰려진 뒤 중환자실에 있는 집배원만 2명이다. 우본에 계속해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우본은 노사가 합의한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이는 신뢰의 문제다. 또한 이것을 해결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본이 집배원 과로사를 해결하기 위해 마땅한 안을 내놓지 못하면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현재 256개 전 우정노조 지부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오는 목요일엔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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