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참여와혁신> 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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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027회 작성일 19-07-18본문
김주영 위원장 “생명줄인 노동, 신뢰를 바탕으로 지켜내야”
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
<참여와혁신>이 2019년 7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노동자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뷰 질문도 특정한 현안보다는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과 노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이번 창간 특집 인터뷰가 노동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내일을 그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ILO(국제노동기구)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노동계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이끌고 있는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08차 ILO 총회에서 한국 노동계를 대표해 연설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와혁신> 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주영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노동, 노동자의 행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창간 15주년을 맞은 <참여와혁신>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Q.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생명줄이자 먹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노동을 경시하고 무시했습니다. ‘노동존중’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노동에 대한 인식을 이제야 깨우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눌려있던 권리를 찾겠다는 노동자들의 인식이 현실화돼 나타나고 있어 과거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Q.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과 삶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행복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지금의 노동자, 서민, 대중들을 보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경쟁에 내몰려 있고, 일자리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다 보니 부정적 현실 속에서 움츠려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 만족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경쟁 사회에서 벗어나 한 템포 늦춰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급하면 행복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행복한 일터가 있을까요?(웃음) 집 밖으로 나오면 전쟁터라고 비유하지 않습니까. 관점을 바꿔서 보면 내 일과 직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도 있죠. 다만, 근무환경이나 노동에 대한 대가, 복지수준이 일터에서 제대로 마련돼 있다면 노동자들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해왔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왔습니다. 또한,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기본권을 지키는 문제도 그동안 계속해서 주장해왔습니다. 한국노총이 주장했던 부분들이 결합된다면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들이 완성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한국의 경우, 산업화 과정이 워낙 짧기도 했고 민주시민으로서의 경험도 굉장히 짧았습니다. 권위적인 정부와 사용자 밑에서 노동자들은 그저 열심히 일하라는 문화 속에서 자라다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 노사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사용자들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힘이 너무 커졌다고 하지만, 조금씩 균형을 맞춰가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날 노사관계는 신뢰가 쌓여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유는 분배 문제가 정확하지 않고 너무 많은 이익이 자본에 쏠려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신뢰를 쌓지 않으면 계속해서 어렵고 복잡한 노사관계가 이어질 겁니다.
노사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이 어려울 때 노사가 힘을 합쳐 극복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토를 달거나 반대할 노동자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 늘어났을 때는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가 먼저 선행돼야 합니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를 인용해 한국에서도 거버넌스 안에 노동자가 들어가 투명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기업의 실태를 온전히 알 수 있다면 노사 간 신뢰가 좀 더 쌓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성숙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현실에서의 사회적 대화는 그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노총은 그동안 대화와 투쟁을 병행해왔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다만, 다원화된 사회와 복잡한 상황 속에서 투쟁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사회적 대화는 이해관계가 다른 세 주체가 한 발씩 물러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7년 9월에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을 때, 1단계로 신뢰를 쌓아가고, 2단계로 작은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을 거쳐, 3단계로 100년을 내다보는 지속가능한 대선언을 해보자는 것이 사회적 대화의 3단계 프로세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과정이지만 아직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사회적 여건이 부족해 보입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등가교환이 이루어져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등가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곳곳에서 투쟁하는 현장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대화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에 대해 리더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조합은 3금3제라고 해서 정리해고, 파견근로, 변형근로를 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정치활동 허용, 제3자 개입금지 폐지, 복수노조 허용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등가교환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여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회의에 참여하는 각 주체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각 주체가 서로 공감하고 합의하기 쉬운 안건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안전망 강화나 미래일자리 문제,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대응방안 등은 논의하기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빈곤 해소 등 정의로운 사회 실현은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ILO 정신이기도 합니다.
Q. 현재 노동 문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슈들 중에 한국노총이 중점을 가지고 풀어나갈 이슈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노동시간 단축법이 적용됩니다. 노동시간 단축의 목적은 저녁이 있는 삶,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것이 하나고, 일자리를 나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고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채용을 늘렸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우정노동조합과 우정사업본부는 작년에 어렵게 2,000명 증원을 합의했는데 우정사업본부가 적자를 핑계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파업 직전까지 갔던 노선버스의 경우에도 노동계 입장에서는 임금만 줄어들고 별다른 이익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Q. 창간 15주년을 맞은 <참여와혁신>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동언론으로 15년을 이어왔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고,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주류언론이 노동의 소리를 외면하는 가운데, 15년이나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참여와혁신>이 균형감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 부분을 특히 높이 평가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성숙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일터의 동반자’를 표방하는 <참여와혁신>답게 일터 속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행복을 느끼고 더 나아가 노사가 공존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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