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연맹] “전교조 정치 투쟁, MZ 교사들 거부감... 교사노조가 조합원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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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252회 작성일 23-02-01본문
“전교조 정치 투쟁, MZ 교사들 거부감... 교사노조가 조합원 추월”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교사노조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교사노조가 전교조보다 조합원 수가 많아진 원인을 “정치 이념을 갖지 않고 실용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으로 꼽았다.
“전교조와 달리 정치 이념을 갖지 않고 실용적 입장에서 현장 젊은 교사들 요구에 맞는 방식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성장했다고 봅니다.”
최근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김용서(59) 한국노총 교사노조연맹(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노조가 출범 5년 만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능가하는 규모로 성장한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교사노조는 전교조 전임자 일부가 전교조 집행부의 중앙집권적, 정치 투쟁 행태를 비판하면서 개혁을 추구하다 뛰쳐나와 2016년 결성한 ‘서울교사노조’가 전신이다. 2017년 교사노조연맹으로 거듭났다. 고용노동부 노조 현황(2021년 기준)에 따르면, 교사노조(4만5098명)는 전교조(4만3756명)보다 조합원이 많다. 올해 1월엔 6만1000명도 넘겼다. 1999년 교원노조 합법화 이래 전교조 독주 체제였던 교원노조 현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교사노조는 20~40대 조합원이 96.1%에 달하는 ‘MZ(밀레니얼 Z세대) 노조’다. 3명 중 1명(27.6%)이 20대다. 김 위원장은 “4050이 60%인 전교조와 다르다”고 했다. 젊은 교사들 호응 비결로 그는 ‘분권형’ 운영 방식을 들었다. 교사노조는 개별 노조 26곳 연맹 체제다. 중앙집행부에서 사업을 결정하고 각 지부에 하달하는 전교조와 달리, 개별 노조 26곳이 조합비도 각자 걷고 운영 사업도 결정한다. 연맹에는 조합비 일부(1인당 2100원)만 낸다. 그는 “전교조가 한때 매년 수천명씩 탈퇴자가 나오자 탈퇴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추적 조사를 했고, 그 내용을 보고 내부에서도 심각함을 느꼈다”면서 “‘너무 정치 지향적이다’ ‘왜 민노총에 일방적으로 가입하느냐’ 같은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문제 해결책이 바로 현장(교사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즉각 반응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분권형 노조’다.
김 위원장은 “전교조는 쉽게 말하면 대통령 중심제에 지방자치가 형식적으로 돼 있는 중앙집권 체계인데, 작은 조직이 주인 의식을 갖는 연합체로 바뀌지 않으면 조합원 수는 계속 줄고 살아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연맹에선 노조의 기본 원리만 전파하고 나머지는 가맹 노조들이 알아서 운영하니까 현장 교사들 의견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전에는 전교조 정책교섭국장 등 전교조 전임자를 7년간 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84학번) 시절엔 울산 현대자동차 하청 업체에 취업, 노동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고 2001년 37세에 서울 지역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교사노조 창립 멤버로 출발, 2019년부터 전임 활동을 하고 있다.
교사노조가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 것도 젊은 교사들에게 먹혔다. 연맹에 가입된 경기교사노조 조합원 1만6000명 중 1만2000명이 네이버 밴드에 가입, 매일 글을 올리고, 정책 설문조사도 빠르게 하면서 방향을 정한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정치 지향’을 갖기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방침을 고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조는 정치 단체가 아니라 (사실상) 이익 단체라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우리는 교사들이 교육 활동을 제대로 못 하게 하는 요소가 뭔지 파악해 건드려주는 게 노조 (본래) 역할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조합원 누구나 지지 정당이 있겠지만, 노조가 특정 정당 이해를 대변하면 불편한 조합원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교원노조가 조합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긴 하지만 ‘사회적 역할’을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이 큰 차이라고 분석했다. “전교조가 제일 조합원이 많이 줄었던 두 사건이 노무현 정부 초기 나이스(NEIS) 사태와 이명박 정부 교원 평가 도입에 반대 투쟁을 하던 때”라면서 “교사들은 (전교조가) 평가를 막아준다니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만, 학부모나 일반 국민이 ‘교사들이 평가도 안 받는다’고 인식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노조 입지가 약화됐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블루칼라 노조와 달리, 교사는 사회가 바라는 역할과 책임이 큰 전문직”이라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교원 노조가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명히 망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학부모나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느냐를 생각하면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교사노조는 교원 평가 자체를 거부하진 않지만, 현행 평가 체계는 (교사로서) 전문성을 올리는 데 도움도 안 되고 부작용이 많아 폐지하거나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태도다.
그는 노조가 정치적 지향을 가지면 안 된다고 강조하지만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획득’을 위원장 선거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현재 국가공무원법은 유치원, 초·중·고교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은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다. 교사노조는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교사의 정치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교사의 정치 활동이 가능해지면 지금도 문제인 ‘정치 편향 수업’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수업 시간에 정치 편향 수업을 하면 학생이나 동료, 학교장 항의나 질타를 피할 수 없고, 법적 제재 조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면서 “수업 시간에는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되, 근무시간 외에는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교원 행정 업무를 줄이는 데도 노력을 쏟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서류 작업 등 행정 업무를 줄이고 학생 가르치는 활동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숙원이 있다. 김 위원장은 “교사들이 행정 업무 때문에 학생 수업에 쓰는 시간이 20~30%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교육부가 행정실무사(공무직)를 배치해 줬지만 업무가 명확히 나뉘지 않고 지휘 체계도 애매해 갈등이 많다”고 전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교사노조 조합원이 4배 이상 증가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당시 교육부는 초등 돌봄교실 업무를 학교 업무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교사들이 들고일어났다. 결국 교육부는 개정안을 철회했지만 젊은 교사들이 대거 교사노조 문을 두드리는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행정실·공무직 업무와 차별되는 교사 업무가 어디까진지 명확히 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만나니 ‘교사 잡무 줄이기’ 필요성에 공감하더라”고 강조했다.
교사노조는 현재 교육정책 중·장기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 추천권을 놓고 전교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작년 10월 기준 집계한 노조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조합원이 더 많은 노조가 위원 추천권을 갖기로 했는데, 아직 조합원 수를 어떤 서류로 어떻게 확인할지 이견이 있다. 교육계에선 “전교조와 교사노조가 국교위 위원 자리를 놓고 겨루는 것 자체가 교사노조의 극적 성장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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