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노동자가 근무한 전체 기간만큼 원청이 임금차별의 책임을 지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접고용의무 발생 이전 기간에만 차별금지의무를 위반한 원청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됐던 기존 판결에서 한 걸음 나아간 판결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했다.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 불법파견 주장
미지급 임금 차액, 임금차별 손배액 청구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 A씨 등이 삼표시멘트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표시멘트가 2015년 2월께 하청업체 두 곳과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A씨 등은 2011년께 하청업체에 입사해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근무했다. 그런데 하청업체가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A씨 등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하청노동자와 삼표시멘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며 A씨 등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를 근거로 A씨 등은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을 구하면서 2013년 4월~2016년 3월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삼표시멘트와의 파견근로관계 성립을 전제로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2013년 7월~2016년 4월의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부정하면서도 A씨 등과 삼표시멘트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고 임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퇴직자의 경우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하청업체로부터 받은 임금 차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 A씨 등은 근로자지위확인 청구는 유지했다. 그러면서 2016년 4월~2017년 10월의 미지급 임금 청구를 추가했다. 아울러 원청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차별금지 조항(21조1항)’을 위반했다며 임금 차액과 위자료를 청구했다. 파견법 21조1항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이유로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법조계 “차별금지 조항 위반, 전체 근무기간 손배 인정”
2심 재판부는 2016년 4월~2017년 사이의 차별적 처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고용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고는 파견법 21조1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임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상고심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법조계는 하청노동자의 전체 파견기간에 대해 원청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데에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A씨를 대리한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발생시기와 관계없이 하청노동자가 근로한 전 기간에 대해 임금차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에게 파견법 21조를 위반한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별금지의무는 원하청 모두 부담한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돼 사용사업주 책임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