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이 받은 차별과 관련해 국가가 미지급 임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소속 기관별로 수당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불법행위로서 평등원칙과 차별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무직 처우 ‘천차만별’ 24억여원 지급 청구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정현석 부장판사)는 최근 법무부 산하기관의 미화·경비·시설·사무 등 15개 직종 노동자 581명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금액 약 23억4천9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공무직 노동자들은 2017~2019년 사이에 소속 기관별로 차등지급된 가족수당·교통수당·근속수당·명절휴가비를 정규직과 동등하게 지급해 달라며 2020년 10월 소송을 냈다. 각 소속기관에서 직종별로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도 기관에 따라 수당을 다르게 주는 것은 차별을 금지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법무부의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법무연수원의 조리노동자는 교통수당을 받지만, 교도소 조리노동자는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측은 “공무직들은 각 소속기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임금을 받은 것이고, 기관별로 적용되는 훈령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공무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공무직 노동자들의 소속기관에 있는 같은 직종은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담당하는 업무 특성에 비춰 같은 직종인 경우 기관에 따라 업무 내용과 범위, 강도 등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수행에 요구되는 자격이나 능력 또한 기본적으로 동등하다”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시행된 법무부 훈령인 ‘법무부 기간제 및 무기계약근로자 관리지침’을 근거로 삼았다. 지침은 공무직에 대해 소속기관과 관계없이 ‘매년 실·국·본부장이 정하는 보수 수준’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침은 소속기관의 장에게 근로계약 체결 권한을 위임한 것에 불과해 공무직들이 서로 다른 기관에 소속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동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 “평등원칙, 동일한 신분 사이 차별도 금지”
이를 전제로 다른 기관 공무직들과 다르게 수당을 미지급한 것은 평등원칙이나 차별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다른 법무부 소속기관의 공무직들과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면 헌법·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한 차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평등원칙은 동일한 신분 사이의 차별적 대우도 금지하는 의미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예산 외 수당의 차별적 지급을 정당화할 의미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당이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나 성과 등과 무관한 성격의 임금이라는 점에서 기관별로 수당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은 더더욱 부당한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수당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공무직 노동자들은 환영했다. 환완희 법무부노조 위원장은 “법무부가 지침을 어기며 같은 직종 간의 수당을 차별하며 모순된 행위를 한 것을 법원이 바로잡은 데 의미가 크다”며 “법무부가 신의성실원칙에 부합해서 판결대로 공무직 간의 임금 차별이 없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이진욱 변호사(법무법인 명석)는 “검찰국이나 법무부 연수원과 같은 소위 힘 있는 기관의 공무직에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명백하게 차별로 인정한 판결”이라며 “동일노동을 하면서도 오로지 소속이나 예산 등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