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한국노총을 이끌 28대 임원은 누가 될까. 임원선거가 3파전으로 확정되면서 각 후보조들의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동호-정연수(위원장-사무총장), 김동명-류기섭, 김만재-박해철 후보조(출범식 개최 순)는 각각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출범식에서 세 후보조 지향점을 드러냈다. 이동호 후보조는 지난 26일 오후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김동명 후보조는 지난 27일 오후 한국노총 13층에서, 김만재 후보조는 28일 한국노총 13층에서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출정식을 열었다.
이동호 후보조는 “강한 제1노총 제대로 일하는 한국노총!”을 선거 구호로 내걸었다. 가장 강조하는 공약은 한국노총 개혁이다. 이동호 후보는 발대식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권 노동탄압에 맞서기 위해 강한 한국노총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리더십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내부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고 한국노총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새판을 짜겠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와 가장 차별되는 공약은 정치방침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책연대를 통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든다고 했지만 노동정책은 표류하고 휴지 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와 대화하겠다는 얘기다. 이동호 후보 선대본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 선거공약을 지속 수정하고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 놓겠지만 지금 정권의 모습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약에 담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호 후보조 선거대책본부는 정태길 선원노련 위원장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이끈다. 박갑용 식품산업노련 위원장, 최대영 항공노련 위원장, 최장복 IT사무서비스노련 위원장, 신승일 의료노련 위원장, 천관욱 고무산업노련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김동명 후보조는 경륜을 강조하고 있다. “2천500만 노동자의 한국노총! 바위처럼 단단하게 수성을 넘어 공세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곧바로 한국노총 투쟁을 지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동명 후보는 27일 발대식 인사말에서 “3년 전 조직은 약하고 실력도 부족했지만 황소처럼 돌진해 선거에 임했고,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더 많은 동지의 손을 잡고 성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에 나서게 됐다”며 “(3년 동안) 일부 세력의 개입과 끊임없는 흔들기에도 굽히지 않고 오로지 노동과 현장만 보며 활동했다”고 말했다. 1노총 지위를 회복한 점과 한국노총 대외활동에서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임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될 사람 밀어준다’는 기존 선거방침을 따르지 않고 조직 내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광풍이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목숨을 건 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더 강한 투쟁과 큰 저항으로 한국노총 투쟁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후보조는 발대식에서 공적연금 개악 극복,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위기 극복, 복지제도 강화, 타임오프 현실화 등의 공약 밑그림을 밝혔다.
김동명 후보 선대본 관계자는 “28대 임원 임기의 3년은 윤석열 정권 중간에 끼어 있어서 한국노총은 상시적 투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권에 맞서는 투쟁과 함께 산업전환 고용위기 대응 등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한국노총이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신표 전택노련 위원장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과 황인석 화학노련 위원장, 김현중 공공·사회산업노조 위원장도 중책을 맡아 뛴다.
김만재 후보조는 현장 조합원이 선택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과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선거 구호도 “현장의 힘으로! 다시 뜨겁게 한국노총!”으로 정했다.
김만재 후보는 이날 발대식에서 “한국노총이 어용노조 프레임에 갇혀선 안 된다는 신념으로, 한국노총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의 목소리를 내 왔다”며 “조직과 정의를 위해서라면 타협할 수 있지만 노동 적폐와 불의를 보고서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소리 높였다.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와 폭넓은 연대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지금 우리 노동자를 짓밟으려 하고 있고, 우리가 남은 (대통령 임기) 4년6개월 동안 당당하게 싸우지 않으면 한국노총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필요하면 양대 노총이 손잡고 함께 싸울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노총 철학과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총파업을 공약으로 내건 점이 특징이다.
정권 차원에서 노동시간 유연화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등을 시도하면 총파업으로 막겠다는 공약을 1순위로 제시했다. 김만재 선대본 관계자는 “한국노총 위원장 직선제 도입으로 현장 조합원 의사가 한국노총 곳곳에 반영할 수 있게 하려 한다”며 “조합원과 현장 중심의 사업을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울산지역본부 의장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지역본부 의장 중심으로 선대본이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호-김만재 후보의 연대도 이번 선거 관전 포인트다. 이동호 선대본 출정식에는 김만재 후보가, 김만재 선대본 출정식에는 이동호 후보가 참여해 격려인사를 하는 등 연대의지를 밝혔다. 3등으로 낙선할 경우 결선투표에 남은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