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김만재(57·사진 왼쪽) 위원장 후보와 박해철(57·사진 오른쪽) 사무총장 후보는 ‘현장’을 강조했다. 현장 중심으로 조합원 총의를 묶어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현 집행부를 가리켜 “식물노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호성빌딩 선거캠프에서 두 후보를 만났다.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2012년부터 금속노련 위원장직을 역임하며 포스코와 삼성그룹에 노조 조직화를 주도한 경험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으로 활동한 박해철 사무총장 후보는 공공노련 위원장으로 대정부교섭과 정당정치 경험을 쌓았다.
“집행부가 대의원대회 대선방침 뭉개”
총선 주도할 실용주의 정치 노선 추진
- 2022년 한국노총의 대통령선거·지방선거 정치방침을 평가한다면.
박해철 : 실행력과 의지 모두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노총은 2021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같은해 하반기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20대 대선 지지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김동명 집행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임시대대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여러 산별과 현장조직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후 해를 넘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결의를 했으면 노총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조직적 역량을 동원해 후보 당선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노총 위원장이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위반한 셈이다. 대대 결정을 따르지 않고 이에 대한 추진도 지지부진했다. 대대 결정을 무시한 처사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대대에서 결정한 안건을 노총 위원장이 뭉개 버린 처사가 켜켜이 쌓여 현재 노총에 더 큰 혼란이 생겼다.
김만재 : 노총은 대의원대회 결정을 이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되레 대의원대회 결정에 반하는 반조직적 행위에 대해서도 묵과했다. 형식만 갖춘 채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실행계획 없는 방침만 정했다.
- 내년 총선 정치방침은 어떻게 풀어 가야 할까.
박해철 : 우리 후보조는 핵심공약으로 한국노총 중심 실용주의 정치노선 추진을 천명했다. 노총이 먼저 노동입법 과제를 제안하고, 정당이 얼마나 실체적 성과를 냈는지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노총에 시급한 입법 과제를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양당 또는 여야를 막론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대대 혹은 총회를 통해 조합원에게 묻는 방식으로 평가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 판단하는 기준은 노동운동 원칙이다. 우리 후보조는 현장의 힘과 노동운동의 원칙을 토대로 한 민주성 확대로 총선을 주도하고자 한다.
- 정부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거론했다. 그 의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해철 : 역사적으로 부당한 권력은 정권의 불의를 감추려 공공의 적을 만들어 국민의 관심을 돌려 왔다. 일부 노조의 그릇된 사례를 침소봉대해 노조를 공공의 적으로 틀 짓고 감독권을 강화하는 일종의 공안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선한다면 정부의 회계자료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할 것이다. 법률에 따라 수행한 노조 회계감사 결과에 조합원의 이의제기가 없는데 정부가 무슨 권리로 체크리스트와 자율점검결과서를 시행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한 헌법소원 같은 법률 대응을 추진하고, 사무총국을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투쟁 상황실로 재편해 노총의 저력과 현장 조합원 분노를 각인시키겠다. 우리 후보조는 또 당선한다면 자체적으로 회계감사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회계 투명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보다 강화할 것이다.
사무총국 총투쟁 상황실로 재편
상임부위원장 겸직 금지 ‘일하는 노총’
- 노동법 개정과 노동시간제도 개편 같은 현안이 쌓여 있다. 한국노총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김만재 : 노총은 내셔널센터로서 선제적으로 정책을 견인하거나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진 자원과 역량을 제대로 분배해야 한다. 현재 노총은 그렇지 못하다. 식물노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원이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담을 그릇이 부족해서다. 현장에서는 현 집행부가 투쟁을 말하면서 집회 한 번 제대로 못한다고 비판한다. 현장은 죽고 사는 위기라고 절규하는데 자화자찬만 하는 노총 지도부는 필요 없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앞선 노동자대회도 취소에만 급급했다. 노동자대회를 이태원 참사 추모집회로 연계해 진행할 수도 있었다. 연장도 아닌 전면 취소 결정에 실망감이 크다. 노동자대회 개최는 대의원대회 결의인데 이를 소수의 몇 사람이 뒤집는다는 점에서 현장 신뢰가 무너졌다.
당선한다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업장을 지정해 노총이 직접 지도하고 지원하는 전담팀을 두는 특별쟁의사업장 직접 지도제를 도입할 것이다. 또 노총 위원장이 조합원 요구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조합원 SOS청원제도를 도입해 소통을 확대하겠다.
- 여성 조합원 목소리 확대와 여성사업 확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박해철 : 여성위원회를 강화하고, 여성위 내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여성문제를 진단하고 개입력도 강화하겠다. 필요하다면 조합원에 국한하지 않고 전문가도 초빙하겠다. 여성 대의원은 당연직으로 여성위원이 되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여성단체와 연대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여성 조합원이 여성위를 통해 대대에 의제를 발의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총 내 대의원 1천여명 가운데 여성 대의원은 144명이다. 그런데 여성 조합원 비율은 지난해 6월 조사 결과 25%가량이다. 조합원 4명 중 1명은 여성인데 76년 역사를 쌓아 온 노총이 이들의 목소리를 확대할 준비가 안 됐다. 또 여성상임부위원장직을 포함한 부위원장직 겸직을 금지해 진정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겸직을 금지해 활동에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도록 구축하겠다. 현장을 위한 서비스와 현장 활동을 강화하겠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재계 소원수리용”
노동시간·임금·쟁의 전방위적 노동개악 “반대”
- 노조 조직 확대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김만재 : 전 산업에 걸쳐 고용형태를 구분하지 않는 전방위적 조직확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콜센터와 코디네이터, 대형마트 같은 서비스업종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까지 조직확대 영역을 넓히고 나아가 비정형 노동자를 조직할 산별노조 설립을 추진하겠다. 노총에 200만 조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역량 강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조직화의 중점은 기본적으로 산별연맹과 지역본부다. 노총 지역본부 16곳과 지역지부 56곳, 산별연맹 25곳을 바탕으로 노조가 필요한 곳을 찾아 현장을 조직하겠다. 노총 지역본부 16곳에 공인노무사를 한 명 이상 채용해 지역본부마다 일반노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노조와 공감대를 형성해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을 중심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와 공단 중소·영세 사업장 조직화를 계획해 전국적으로 시작하겠다. 사무직·엔지니어 같은 화이트칼라와 MZ세대 조직화 전담팀도 구성해 맞춤형 조직화를 하겠다. 금속노련 당선 이후 타깃 전략 조직화 계획을 수립해 포스코와 삼성의 무노조경영 원칙을 붕괴시킨 경험이 있다.
-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비롯한 정부 노동정책을 총평한다면.
박해철 : 재계 소원수리다. 다른 표현을 찾기 어렵다.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 유연근로제 확대, 임금체계 직무급제 변경, 쟁의행위 무력화, 파견업종 확대, 심지어 주휴수당까지. 이런 일련의 의제에서 재계의 소원수리 정책방향을 담았다. 반대한다. 지난달 노총 후보등록 직후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이유다.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다. 주 120시간 운운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몰이해를 고백하는 것이다. 무지한 대통령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5개월 만에 급조한 정책에 목표나 지향점, 실천방안 따위가 있을 수 없다. 노사자치 대신 노사법치를 외치고 노조를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무지막지한 누명을 씌운다. 노총 76년 역사와 현장노조를 부패집단으로 매도한다. 현대판 마녀사냥을 넘어섰다.
경사노위 필요하나 위원장은 문제적
“당선시 위원장 교체 요구할 것”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와 정부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계획인가.
박해철 : 우선 경사노위와 경사노위 위원장은 구분해야 한다. 경사노위부터 살펴보면 조합원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노동계와 시민사회와 연대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투쟁할 것은 투쟁하겠다. 대정부교섭 또는 대화가 중요한 교사·공무원·금융업종 같은 영역의 노정교섭을 정상화하기 위해 관련부처와 정례회의 채널도 구축할 것이다. 경사노위 본 취지를 떠올리면 역할이 크다. 적극 참여해 조합원 요구를 실현해야 한다.
다만 김문수 위원장의 노동을 적대시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당선된다면 즉시 경사노위원장 교체를 요구하겠다. 노총이 주도해 경사노위를 정상화하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할 것이다.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은 교섭은 힘을 얻기 어렵다. 당선 직후 사무총국을 재편해 비상체계로 전환하고 현장 대표자와 조합원을 조직할 것이다. 김만재·박해철조 당선만으로 노총의 투쟁력이 실체를 띠고 재계와 정부에 신호를 줄 것이다. 그게 협상력이 될 것이다.
김만재 : 경사노위의 본 취지를 토대로 역대 합의 내용을 재점검해 보시라. 합의는 3주체가 하는데 과제는 노동계에 가혹하게 부과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를 악으로 규정한 위원장과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 대한 평가는.
김만재 : 우선 노총에서 활동할 당시 했던 말들만큼만 일해 달라고 전하고 싶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 관련 정책의 열쇠를 쥐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드러낸 노조혐오 정서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이 장관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전문가 제안으로 포장된 정책의견에 노조가 어떤 입장을 갖고 대응할지 모두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식석상에서 과거 경험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발언을 쏟아 냈다. 만약 위원장에 당선한다면 대화를 시도하겠다. 그럼에도 노동개악을 추진한다면 투쟁이 답이다. 추측건대 그 투쟁은 이 장관이 솔직한 생각을 국무회의에서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 때리기에 기대 재미를 보는 정권 아래서 이 장관 입지는 좁다. 그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투쟁할 수밖에 없다.
- 임원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진다. 선거 후유증도 우려되는데.
김만재 : 3년 전 노총 27대 임원선거에 출마해 52표 차이로 낙선했지만 선거 뒤 현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노총을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진병준 건설노조 전 위원장이 가담한 조직적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될 당시에도 참았다. 노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 그리고 모든 조합원을 믿는다. 노동자를 억압해 노동개악을 관철하려는 반노동 정권에 대항해 가열 차게 투쟁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노총 깃발 아래 똘똘 뭉칠 것이다. 노총은 고달프고 힘든 대한민국 현대사를 함께해 왔다. 몇 번의 조직적 위기가 있었지만 개혁적 지도자와 조합원 염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수도 없이 겪었다. 지금의 노총이 그 증거다. 지금 노총은 다시 위기다. 대한민국 역사의 질곡과 함께한 노총의 위상과 명맥이 여기서 그칠 수 있다. 그것을 방관할 수 없다. 노조다운 노조, 노총다운 노총을 위해 헌신할 것이다.
3년 전 김만재와 차이점 “박해철과 함께”
짬짜미 아닌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
- 조합원과 선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만재 : 누구나 말을 한다. 그러나 한 말을 진정성 있게 실천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김만재다. 살아 있는 양심은 실천하는 것이고 실천하지 않는 양심은 죽은 양심이라는 말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장시간 노동으로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 한다. 임금체계 개편으로 노동자를 무한경쟁과 고용불안의 늪으로 빠뜨리려 한다. 노동개악과 노동탄압의 시대다. 이번에는 무조권 바꿔야 한다. 멈춰 버린 식물노총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바꾸면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아직도 4년 남은 윤석열 정부다. 당당하게 싸우지 않으면 노총의 종말이 온다. 위기의 노총을 김만재와 박해철이 반드시 지켜 내고 노동개악과 탄압을 막아 내겠다.
- 김 위원장후보는 세 번째 도전이다. 앞선 김만재와 세 번째 김만재는 무엇이 같고 다른가.
김만재 :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김만재는 같다. 최근 <김만재입니다>라는 카카오채널을 개설했다. 여태 살면서 쓰인 기사 등을 올리면서 다시 봤는데 스스로 한결같이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 조합원만 보고 달려온 35년이다. 노총이 어용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현장을 대표해 투쟁했다. 비판을 받더라도 노총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김만재는 너무 강하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강한 철학과 노동자를 위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노총 조합원을 괴롭게 하거나 노총의 자존심과 명예를 다치는 일에 타협하지 않는 점도 그대로다. 달라진 점은 현장 동지의 선택으로 박해철 동지와 함께한다는 점이다. 그간의 짬짜미 단일화 방식이 아닌 현장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는 여론조사 방식으로 현장 의견에 따라 단일화했다. 우리 둘은 불의에 타협 않는 뚝심과 실천하는 투쟁으로 쌓은 실력과 자긍심이 있다. 김만재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투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능력 있는 혁신일꾼 박해철 동지를 만났다는 점이 확실한 차별점이다.
- 두 후보 모두 산별 위원장 경험이 많다. 아쉬운 점과 잘했던 점을 꼽는다면.
박해철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제도 수립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대상자를 확대하고 처우개선을 제대로 이뤄 내 사회적 갈등과 현장 혼선이 없었을 것이다. 아쉽다. 민주당 노동위원장 시절 노총 25개 산별과 지역본부 현장을 누비며 어려움을 경청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장 고통을 직접 듣고 해결 방안을 찾았고, 실제 해소에 힘을 보탰다. 정작 노총은 현장 어려움을 인지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김만재 : 산별노조 전환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2012년 금속노련 위원장 당선 이후 추진했는데 완성을 못 했다. 단위노조의 관행을 넘어서지 못해 기업노조로 사실상 환원했다. 포스코와 삼성에 노조를 설립한 것은 자랑거리다. 성암산업 150명 집단해고 당시 단식과 노숙투쟁을 해 전원 복직한 것도 보람이다. 노동운동의 끝자락을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책임질 수 있는 노총 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