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고 연차수당을 미지급했다며 대표이사를 고발한 노동자가 업무지시 불이행 같은 이유로 해고됐다가 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위니아전자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회사는 1심에 불복해 지난달 항소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연차수당 미지급에 대표 고발
사건의 발단은 위니아전자노조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A씨가 2018년께부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주장하고,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이 미지급됐다며 안병덕 전 대표이사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평가등급별 연봉지급률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을 단행하면서 변경동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일부 직원의 서명이 포함됐다. 연차수당 미지급으로 대표를 고발한 부분은 안 전 대표가 수당이 지급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선고가 유예됐다. 당시 사측은 대표 처벌불원서에 직원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책임매니저로 근무하다가 그해 3월께 세탁기를 옮기다 허리를 다쳐 5월부터 약 5개월간 휴직했다. 복직한 A씨는 2020년 12월 세 차례 직원들에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연차수당 미지급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회사와 갈등이 빚어졌다.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회사가 취업규칙 변경을 설명하면서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사항을 은폐했다” “단체협약을 미끼로 연차수당 미지급에 대한 고발 철회를 압박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사측은 지난해 1월 A씨가 2020년 11월부터 한 달간 전자레인지 모니터링 보고·전자레인지 검사 계획 수립 보고 등의 업무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경위서를 작성하게 했다. 5일 만에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A씨는 결국 2021년 1월21일 징계해고를 통보받았다. 징계사유에는 △품질 관련 업무지시 불이행 △대표이사 개인정보를 직원에게 유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연차수당 지급지연 관련 허위사실 유포 △임직원 명예훼손과 조직질서 문란 등이 포함됐다.
A씨는 해고를 무효로 해 달라며 지난해 8월 소송을 냈다. 그는 소명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면서 징계사유에 대해서도 모두 부인했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후순위로 처리했을 뿐, 고의로 업무지시를 불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연차수당 미지급과 관련해서도 모두 사실이라고 항변했다.
법원 “적법한 고소 해당, 허위사실 아냐”
법원은 업무지시 불이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먼저 A씨가 대표이사 개인정보가 기재된 탄원서를 직원들에게 전송한 행위와 관련해 재판부는 “회사 인트라넷과 법인등기부에 대표의 주소가 공개돼 있어 이를 직원들에게 전송했더라도 적법한 징계사유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연차수당 미지급’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사유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된다”며 “다소 과장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고 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직원들을 선동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대표에게 ‘법정에서 뵙겠다’는 취지의 SNS 메시지를 보낸 부분도 대표가 재판을 받게 된다는 내용에 불과해 ‘조직질서 문란’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대표이사 고소가 오로지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한 적법한 고소나 진정에 해당한다”며 “경미한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를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복직하는 날까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