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57·사진) 한국노총 사무총장(우정노조 위원장)이 28대 한국노총 위원장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 집행부 사무총장이기도 한 그는 “현장의 아픔을 살피는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지난 3년 활동을 자평했다.
보수적 인사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그는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강력하게 투쟁해 결과물을 얻어 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보수라 평가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폭주족과 다름없는 반노동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위원장 출마를 선언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우정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그는 우정노조 설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치러진 조합원 직선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장 살피지 못한 지난 3년 아쉬워”
“윤석열 정권 반노동 정책으로 현장 처절”
- 한국노총 28대 임원선거에 위원장 후보로 도전을 선언했다.
“이 땅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오로지 제대로 일하는 한국노총을 만들고자 출마 결심을 했다. 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은 그야말로 폭주족이나 다름없다.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기업만 배 불리는 반노동 정책으로 현장의 처절함이 예고되고 있다. 사실 노동이 얼마나 천대받았으면 노동존중이라는 말이 나왔겠나. 노동은 인간 삶 그 자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의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
- 27대 집행부의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저도 집행부 일원이지만 3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을 잘 안다. 현장의 아픔을 세심히 살펴야 하는데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140만 조합원의 3년 전 염원이던 1노총 지위를 다시 찾은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도입, 교사·공무원 타임오프 도입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 사무총장 활동에 대해 스스로 돌아본다면.
“위원장은 외치를 거의 다 하고 사무총장은 내치를 주로 한다. 과와 공이 공히 있다. 위원장에 대해서는 현장과의 소통, 내부와의 소통, 정치권과 정부와의 소통 문제에 대한 평가가 많이 나오는 듯하다. 저는 사무총장으로 한국노총 내의 문제점을 좀 시정시키고자 나름대로 시스템을 바꾸려 노력했다. 예를 들면 인사나 예산, 회원조합 등이 현장 현안을 건의하면 미루지 않고 응답하면서 소통을 강화하려 했다. 사무총국 간부 복지와 권익을 향상했다고 자평한다. 내부소통도 강화하려 했다. 최저임금위원회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논의를 위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등 사회적 대화 협의체에 참가했다. 타임오프 재설정을 결론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있다. 아직 폐기된 것은 아니다. 다음 집행부에서 다시 추진해 경사노위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 3년 전 색이 다른 진영과 손잡으면서 한국노총 사업과 내부 운영에서 적지 않은 충돌·혼선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색이 다르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3년 전 한국노총을 바꿔야 한다는 김동명 위원장의 권유를 받고 함께 출마했다. 당시 선거인단으로부터 김동명과 이동호가 바꿔야 한다는 평가를 받아 집행부를 꾸린 것이다. 충돌이 있다는 표현도 잘못됐다. 내부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저뿐만 아니라 상임 간부와 함께 논의해서 정한다. 의견을 달리한 점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내부 대화와 논의를 통해서 결론을 내면 그에 따라 한국노총 사업을 결정하고 집행했다. 이를 위한 내부 논쟁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이게 한국노총 방식이다.”
“정권 잘못하면 퇴진투쟁도 가능
대화조차 않는 것은 총연맹에 도움 안 돼”
- 김동명 위원장과 따로 출마한다. 27대 집행부의 도전은 실패했다고 봐야 하나.
“바깥에서 보기에 사무총장인 제가 출마를 한다고 하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기준은 다르다. 외치를 하는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한국노총 위상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 조합원은 위원장 행보를 보고 한국노총을 평가한다. 저는 지금을 반복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쉽게 얘기하면 (위원장이) 한 정당에 너무 매몰돼 있으면서 현장 조합원이나 연맹 위원장들과 하나로 연대하지 못했다. 내부 파열이 발생했다. 그런데 한국노총과 산하 연맹 현안을 해결하려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만나 대화하고, 대화해도 안 되면 정책연대를 파기하든지 투쟁으로 답하든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잘못하면 퇴진투쟁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은 한국노총 전체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정부와는 아예 대화가 단절되지 않았나. 위원장이 되면 여야와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대화채널부터 재구축·복구하겠다. 현장 현안을 빠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 누구와 함께하나.
“정연수 연합노련 위원장과 함께 도전한다. 저는 2019년 집배원 과로사와 중노동 철폐를 위해 공무원노조 최초로 쟁의행위 투표를 했다. 94%의 압도적인 파업 결의를 바탕으로 정부·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우리가 요구한 사항을 100% 쟁취했다. 누구 못지않게 강력한 투쟁력을 갖추고 있다. 함께하는 정연수 위원장은 논리적으로 사안을 이해하고, 중재하고, 해결해 나가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합리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능력이 있음을 연맹 위원장 활동으로 보여줬다. 다양한 노동현안에 이해력도 매우 높아 사무총장으로서 큰 역할을 기대한다.”
- 이동호 후보조의 강점은 무엇인가.
“거론되는 후보 모두 강점과 약점이 다른, 특색이 분명하다. 노동을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봤을 때 한국노총은 앞으로 매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내실도 다져야 한다. 저는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만재 후보는 여러 달 전부터 저에게 위원장에 출마하라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당시 서로 나눴던 고민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최선은 (김만재 후보와 제가) 단일화하는 것이고, 불발하면 3파전이 된다. 후보등록 전까지 단일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나 된 한국노총으로 노동개악 막아야”
- 28대 집행부를 꾸린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무엇보다 현 정부의 노동개악을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열된 한국노총을 하나로 묶어 대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저지, 노란봉투법 제정, 타임오프 재설정 사회적 대화, 노동시간 유연화 저지 등 노동 현안에서 한국노총 입장을 관철해야 한다.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막아 내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당선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기획단 구성, 노정 협의 등을 통해 반노동 정책을 하지 못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위원장·사무총장 외 수석부위원장 1명과 상임부위원장 4명으로 집행부가 꾸려진다. 부위원장들은 업종별 사업과 업무를 맡고 있다. 해당 업종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이들을 부위원장으로 임명할 생각이다. 업종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 보수적이라는 시선과 같은 선상에서, 윤석열 정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프레임일 뿐이다. 저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보수 색채를 보인 적이 없다. 대화를 통해서 최대한 해결하되, 사용자가 논리적 이유도 없이 노조를 거부한다면 강력하게 투쟁해 결과물을 얻어 내는 활동을 했다. 그게 저의 일관된 활동 기조다. 정치적으로도 보수가 아니다.(웃음) 다만 대중조직인 한국노총은 보수·진보를 모두 아울러야 한다. 입법을 하려 해도, 현안을 관철하려 해도 한 정치세력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 보수라는 이유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는 한국노총 집행부 모습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현안 해결을 위해 문을 열어 두고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저를 보수라고 평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장 조합원과 연맹 위원장들로부터 비슷한 우려를 많이 듣고 있다. 한쪽 정당하고만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느냐고 타박한다. 여야, 정부와 함께해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 위원장이 된다면 이런 현장 목소리를 흘려듣지 않겠다.”
- 후보조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치열한 선거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노총 선거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책선거여야 한다. 내가 가진 정책이 무엇인지, 위원장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지 선거인단에게 평가받으려 한다. 만나서 제 의견을 드리고, 또 의견도 수렴하겠다. 정책 선거운동을 통해 반드시 당선하겠다. 선거인단이 제 생각을 알아 주실 거다. 김만재 후보와 함께할 수 있도록 후보등록 전까지 연대방안을 찾겠다. 위원장이 되면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고 양당을 아우르고, 정부와도 대화하면서 노동현안을 해결하겠다.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면 투쟁해서 쟁취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