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잦은 장거리 출장과 경영난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뇌경색이 발병한 기업 부사장이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손혜정 판사)은 태양광 발전업체 부사장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태양광 발전업체 B사의 부사장 겸 자금관리이사로 근무하던 중 2019년 3월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병원에서 ‘미니 뇌졸중’으로 불리는 일과성 허혈발작을 진단받은 뒤 3개월 만에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A씨는 평소 고혈압·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었다.
A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시간이 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불승인했다. 그러자 A씨는 “장거리 출장을 다니며 3년간 단 이틀만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뇌경색 전 12주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태양광발전소 사업의 규제가 강화되며 추진 사업이 중단돼 자금난으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2020년 3월 폐업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A씨 업무는 정신적 긴장이 높은 유형에 해당하고, 뇌경색 발병 무렵 상당한 정신적 부담감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이 회사 경비기록과 열차 이용내역 등을 참고해 뇌경색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47시간37분)이 고용노동부 뇌심혈관질환 산재인정 관련 고시(60시간)에 미치지 못한다고 제시한 부분도 배척했다. A씨가 부사장으로서 출·퇴근시간에 자율성이 있어 근로계약상 근무시간은 근무시간 산정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근로일정 예측이 어렵고, 휴일이 부족하며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등 여러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해결되고 기저질환을 적절히 치료받았다면 뇌경색 발병 가능성이 감소했을 것이라는 법원 감정의 소견도 뒷받침됐다.
‘일과성 허혈발작’도 신속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인데, A씨가 업무 부담 때문에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점도 뇌경색 발병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A씨를 대리한 안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더보상)는 “회사 출입기록과 근로계약 등으로 업무시간이 전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자율성이 높은 업무 특성을 고려해 과로 여부를 판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