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산별중앙교섭 복원투쟁을 하다 사용자단체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유죄를 받아 해고된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금융노조 전 위원장)이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허 상임부위원장은  “12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결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2017년 산별중앙교섭 복원투쟁 여파로 해고된 금융노조 전 간부 3명이 모두 노동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게 됐다. 다만 복직이 이뤄진 것은 사용자인 우리은행이 노동위 차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인 문병일 전 노조 부위원장 1명이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됐다.

절차상 하자 지적, 부당노동행위는 기각

노동위는 해고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허 상임부위원장에 앞서 같은 내용으로 구제신청을 한 정덕봉 전 부위원장 사건 판정에서 서울지노위는 정 전 부위원장에 대한 사용자쪽의 소명 기회 부여와 위원회 개최 등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다. 두 사람을 대리한 변호인쪽은 “허 상임부위원장 결정문 송달이 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려우나 정 전 부위원장과 유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허 상임부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기각됐다. 두 사람은 2017년 산별중앙교섭 복원투쟁 당시 발생한 상황을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보고 관계자 불이익이 없도록 노력하기로 한 금융산업 노사 간 합의를 어기고 개별사용자가 허 상임부위원장 등을 징계한 것은 노조에 개입하려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사자 적격 문제로 기각됐다. 허 상임부위원장은 “부당해고 인정은 다행스러우나 부당노동행위 기각은 안타깝다”며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 상임부위원장은 이와 별개로 사용자인 농협경제지주를 부당노동행위 또는 단체협약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허 상임부위원장은 “농협경제지주 노사 간 단협에 따르면 중대한 인사 또는 징계시 사전에 노조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는데 서울지노위 심문 과정에서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 역시 단협 위반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법률 검토를 거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도저’ 성과연봉제로 와해된 산별교섭 복원

허 상임부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 문 전 부위원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으로 은행들이 속속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금융공공기관이 산별중앙교섭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면서 무너진 산별중앙교섭 복원을 위해 2017년 은행연합회를 항의 방문했다가 사용자협의회 관계자와 물리적 충돌을 빚어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을 받았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산별중앙교섭 복원 이후 이들의 2017년 행위는 정당한 노조활동에 따른 것으로 인정하고 처벌을 하지 않는 취지로 노조와 협의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세 차례나 처벌불원서를 냈다.

그러나 이들의 사용자인 농협경제지주와 KB국민은행·우리은행은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공교롭게도 7월15일 한날한시에 이들을 면직했다. 이후 8·15 특사로 이들은 모두 사면복권됐지만 우리은행만 문 전 부위원장을 복직했을 뿐 나머지 두 기관은 해고를 유지했다.

노조는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부당해고 판정은 매우 다행스러우나 정당한 노조활동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최근에도 사용자쪽을 만나 해고철회와 복직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