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 완화하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6월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근로자측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거확보가 어렵다면서, 노동위원회법 23조(위원회의 조사권 등)를 개정해 당사자(근로자)의 신청에 따라 노동위가 문서제출을 명할 수 있는 규정 신설을 추진할 것을 노동부에 권고했다.
또 하청근로자의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근로계약 체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조활동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이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2호 ‘사용자’ 개념을 확대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회신했다. 노동부는 “당사자가 요청하면 노동위원회가 서류제출 명령을 할 수 있다”며 “굳이 당사자에게 신청권을 부여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 개념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 같은 위법적 사항을 사용자 개념 요소에 규정하는 것은 법 체계상 정합성에 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동부 회신에 대해 인권위는 “노동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사용자에게 편중된 현실에서 노동위원회가 직권조사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당사자의 신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하청근로자의 노동조건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원청이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상대에서 제외된다면 노동 3권을 통한 하청근로자의 노동조건 개선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