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홈페이지 갈무리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파기환송심이 판결했다. 법원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돼 노동자 약 3천500명의 추가 소송이 진행되면 금호타이어는 1천569억원의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핵심 쟁점
법원 “회사 존립 위태, 단정 어려워”
광주고법 민사3부(재판장 이창한 부장판사)는 16일 금호타이어 전·현직 직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8년 만의 결론이다.
법원은 직원들이 청구한 2012년 1월~2014년 5월의 법정수당 3천859만원 중 2천712만원(70%)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금호타이어에 주문했다. 재판부는 “금호타이어는 소송 제기자들에게 각각 250여만원에서 최대 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신의칙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됐다. 직원들은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이 진행됐던 기간의 정기상여금 일부를 지급하라며 2014년 9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지만, 항소심은 회사의 ‘신의성실 원칙’ 주장을 받아들여 사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원심을 뒤집었다. 금호타이어의 연간 매출액이 2조원을 넘고 당기순이익과 부채 등을 종합할 때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번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대법원 판단을 따랐다. 사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으로 청구하면 신의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1월부터 2021년 2월분까지의 추가 법정수당을 포함한 2천억여원의 우발채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도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한다고 해서 금호타이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일시적인 경영악화로 극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기업이 일시적인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경영상태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 환영 “추가소송 대응 논의”
사측 “재상고” 경총 “산업계 혼란”
노동계는 환영했다. 금호타이어지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 의미가 크다”며 “판결문을 확인한 후 나머지 노동자들의 소송에 대한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재상고 의사를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판결문 내용을 확인한 후 재상고 절차 등을 통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과 선고 결과가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시 호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총은 “법원이 외부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경영적 요소에 중점을 두고 판단할 경우 금호타이어 사건과 같이 동일한 경영지표나 경영상황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어 혼란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사건이 유사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지난해 12월 신의칙 주장을 뒤집은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노동자들이 최종 승소하면 현대중공업의 통상임금 소급분은 6천억~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노동자들도 지난 7월까지 통상임금 1차 소송단을 모집해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