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노조가 조직형태를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택시회사가 노조간부를 징계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택시회사는 간부를 공금횡령과 운송수입금 미납 등의 이유로 고소하고,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는 등 노조를 와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상급단체 가입에 ‘무노조 상태’ 공표
해고·정직에 가처분 신청, 형사 고소까지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경기도 용인 소재 한진교통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측은 항소하지 않은 상태다.

노사갈등은 노조가 2020년 8월 택시산업노조로 상급단체를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사측의 압박이 본격화했다. 회사는 기존 노조의 단체협약 효력이 상실됐다며 노조전임자를 폐지하고 노조사무실을 폐쇄하겠다고 공표했다. 또 “무노조 상태임을 공표함”이라는 내용의 공고도 게재했다.

징계가 이어졌다. 회사는 5차례 징계위원회를 진행한 끝에 같은해 12월 노조 한진교통분회장 A씨 등 간부 3명을 해고했다. 일일 운송수입금 횡령과 무단결근, 불성실 근무 등을 징계사유로 삼았다. 간부 2명도 같은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씨에게는 변호사법 위반(임금 청구소송의 위임에 관한 알선·권유)도 적용됐다. 노조는 지난해 1월 징계처분과 근로시간면제 시간 미부여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에서 인용됐다.

하지만 사측의 노조탄압은 징계로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노조가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에 있지 않다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직형태 변경은 적법하다”며 사측의 신청을 기각했고, 본안 판단도 같았다. 또 A씨 등은 운송수입금 미납과 관련해 업무상횡령죄로 고소됐지만,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이 나왔다. A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추가로 고소됐으나 역시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으로 끝났다.

이와 별개로 A씨 등은 징계처분이 부당해고와 부당정직이라며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운송수입금 횡령을 제외한 나머지는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고, 징계양정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한진교통은 지난해 7월 소송을 냈다.

“간부라는 이유로 징계” 대부분 불인정
“노조와해 목적으로 부당노동행위 자행”

법원은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다. A씨 등의 운송수입금 미납을 제외한 무단결근 및 불성실 근무 등의 징계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분회장과 부분회장은) 기존 노조의 단체협약이 2021년 12월까지 유효하게 존속했던 이상 근로시간면제자 지위에 있었다”며 “당시 배차를 거부한 행위를 불성실 근무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 조직형태가 적법하게 변경돼 기존의 단협이 그대로 승계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회사가 징계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고의로 운송수입금을 미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는 전액관리제가 시행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2020년 9월에서야 운송수입금 납부를 독촉했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노조의 조직형태가 변경된 이후 시점이다.

나아가 “미납 택시기사 137명 중 오로지 A씨 등만 고소하고 징계했다”며 “이는 A씨 등이 분회 간부 및 대의원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질타했다. 징계처분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중노위 판정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이 사건 이전까지 비교적 성실하게 근무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분회측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A씨 등을 대리한 박운병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노조를 와해하려 주요 간부를 억지로 해고한 것을 법원이 부당하다고 밝혀 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특히 운송수입금 미납과 관련해 징계 이면의 부당노동행위를 토대로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