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금융노조 파업이 눈앞에 닥쳤다. 세간의 이목이 금융노동자 보수액에 쏠린 사이 노조가 요구한 금융공공성 확대와 노동시간단축 같은 의제는 공론의 장에서 멀어졌다. <매일노동뉴스>는 노조가 올해 요구한 임금·단체교섭의 사회적 의미를 짚어 봤다.
주 4.5일제, 노동시간단축 논의
노조 요구 가운데 먼저 눈여겨볼 의제는 주 4일제다. 우리 사회 수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주 4.5일제(주 36시간제)로 선회했다.
금융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예상 외로 길다. 통상 오후 4시 은행 점포가 문을 닫다 보니 노동시간이 짧을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금융산업 일자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은행원 주당 평균 초과노동시간은 8.3시간이나 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초과노동시간이 달랐다. 조합원의 주당 평균 초과노동시간이 8.7시간이지만 비조합원은 7.3시간으로 1시간 넘게 차이가 났다. 통상 관리자가 되면 노조를 탈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근무직급이 관리자일 때 주당 평균 초과노동시간은 6.5시간으로, 중간관리자 9.1시간과 실무자 7.9시간과 격차가 컸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 창구업무를 종료한 이후 퇴근하는 게 아니라 다시 업무가 시작된다”며 “오후 4시 이후라도 이미 내방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는 창구업무도 계속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원을 기준으로 창구업무를 마친 뒤에는 현금거래와 현금 외 거래를 종합해 장부와 실제 액수가 맞는지 확인하는 시재업무와 각종 서류업무를 한다.
여기에 고려할 대목이 또 있다. 점심시간이다. 노조는 수년간 중식시간 동시 사용을 단협으로 요구해 왔다. 은행은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점심 휴게시간을 나눠서 쓴다. 1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신흥재벌’ 금융지주사 견제
노조가 요구하는 이사회 참관은 은행을 소유한 금융지주회사 경영진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우리나라는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 자회사를 소유하는 형태다. 대표적인 금융지주사가 바로 4대 시중은행을 소유한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다.
이들 4대 금융지주사는 이미 그룹의 자산 규모가 재벌을 뛰어넘었다. 2019년 기준 4대 금융지주사 자산 총액은 1천855조원으로 삼성을 포함한 5대 재벌 자산총액 1천584조원보다 많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고 은행이 수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자산 규모는 더욱 늘었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런 금융지주사 경영진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소비자는 천문학적 피해를 입었지만 경영진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최근 계속 문제가 불거지는 점포폐쇄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2년 전국 4천137곳이던 시중은행 점포는 지난해 3천79개로 4분의 1(25.5%)이 줄어들었다. 박홍배 위원장은 “경영진은 점포를 줄이는 대신 혁신점포를 늘린다고 했지만, 혁신점포 사용자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이사회 참관 요구는 이런 무소불위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다. 최근 도입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해당사자이자 서비스 주체인 노동자가 경영을 견제해 과도한 이윤추구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연봉 1억원? 연대임금 주도 중
이 같은 파업의 사회적 의미에도 여전한 과제는 높은 연봉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경사노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2018년 기준 6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간 총임금은 9천30만원이다. 관리자 1억2천780만원, 중간관리자 9천980만원, 직원 5천330만원으로 직급 간 차이가 크다.
노조는 이같이 높은 연봉에서 오는 반감을 해소하기 위해 줄곧 연대임금과 저임금 직군 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맺은 임금·단체협약에서는 임금인상분(1.8%)의 절반(0.9%)을 사회연대기금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후 교섭에서도 사용자쪽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당시 500억원 넘는 임금 인상분을 반납해 방과후교사 긴급생활자금으로 기부했다”며 “스스로의 임금을 반납하는 노동자의 노력을 잘 헤아려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