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산업재편과 정의로운 전환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대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한국노총은 정부가 내놓는 사안별 의제보다는 초고령사회 대비나 정의로운 전환 같은 사회변화를 이끄는 문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사회적 대화에서 한국노총 끌려만 다닌 것 아냐”
“공격적 수단으로 ‘투쟁’ 선택하지 않은 점 아쉬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 중앙과 지역에서 진행해 온 사회적 대화 과정·결과를 점검하고 조직적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한국노총이 1996년부터 참여한 사회적 대화 경과를 살펴본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장은 “한국노총은 자기 운동이념인 평등·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목적을 현실화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이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노총이 타협만 하고 끌려만 다녔다는 일각의 평가는 틀렸다”며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인식, 사회적 대화에 대한 진정성과 성과에 대한 존중 여부에 따라 대화와 타협, 파업과 대화기구 탈퇴 등 다양한 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황기돈 원장은 “한국노총의 투쟁은 사회적 대화 결과의 왜곡을 막고, 사회적 대화체제의 온전함을 지키는 수단으로 선택돼 왔다”며 “다른 말로 하자면 공격적 수단으로 투쟁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개선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입장에서는 협약을 많이 하는 것이 성과로 보여줄 수 있어 좋고, 그래서 빅딜(Big Deal)보다는 스몰딜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노총이 평등·복지사회 실현이라는 목적에 이바지하는 의제를 제대로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적 대화에서 정부에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현미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울산·대구지역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대화 사례를 소개했다. 이 지역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한국노총 조합원의 2배를 넘어선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면서 2018년 출범한 ‘울산시 경제사회노동 화백회의’에는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하청 동반성장을 위한 노사상생기금 조성, 자동차 부품산업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선정, 대기업 본사 울산 이전 및 투자유치 촉구, 울산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일자리 지키기 협약 체결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형식적으로 존재만 하던 노사민정위원회를 당시 더불어민주당 출신 시장이 사회적 대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기구 개편을 시도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아 의제 선정이나 노사민정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은 한계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대화 활발한 지역도 ‘의제 개발’ 지자체·전문가에 의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한 대구고용노사민정협의회는 현재 한쪽 날개만 남아 있다. 한국노총 대구본부가 지난 2019년 참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유치하면 일자리와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왔지만 저임금 문제를 풀지 못했다. 대구본부는 지자체와 재계가 노동조건 개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불참을 결정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지역 사례를 보면 노조가 고용노동 문제 등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하면 지역사회에서 관련 의제에 대한 노동계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이 지속가능한 지역의 사회적 대화기구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나 경영계의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고 결론 내렸다.
충남노사민정협의회는 지역 사회적 대화의 모범사례로 꼽히곤 한다. 2020년에는 필수노동자 안전·보호 지원, 지난해에는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코로나19 극복 등을 의제로 삼았다. 올해는 산업구조 변화 대응과 노동전환 지원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냈다.
해당 사례를 소개한 김윤호 고려대 노동대학원 겸임교수는 “이 지역 사회적 대화는 매우 활발하지만 의제 개발은 주로 지자체와 민간전문가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노조는 사회적 대화 활동 전반을 담당할 수 있는 상근인력을 확보해 관련 분야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조는 지역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조합원과 비조합원 노동자 전체를 위한 다양한 의제 개발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기본 방침과 통일된 지침 마련을 위해 이뤄졌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산업경영학부),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