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노동시장의 높은 고용불안정과 질 낮은 일자리 상황 속에서 노인빈곤 해결과 노후 생활 안정을 도모하려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국노총이 제기했다.

한국노총은 13일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정책대응 방향 연구’ 보고서를 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하며 고용 연한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한 일본 사례를 바탕으로 시사점과 교훈을 찾았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친화적인 나라라고 알려졌지만 법적 정년은 60세로 우리와 같다. 그런데 일단 정년퇴직을 한 뒤 새로 재고용하는 제도(계속고용제도)를 통해 65세까지 일하도록 정부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고령자고용안정법에는 정년제를 폐지하거나 정년연장을 하거나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는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택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 시행된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고령자 취업기회 제공 의무 연령은 70세로 상향됐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이 같은 정년제도를 도입·시행한 배경이다.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발표를 보면 2020년 기준 60대 중 취업자는 59%나 된다. 60~64세 남성 중 80% 이상이 취업 중이다.

우리는 어떨까. 올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세부터 64세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연령은 평균 49.3세다. 직장을 그만둔 사유는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이 30.9%,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가 10.9%를 차지했다. 조기 퇴직자 절반 정도가 비자발적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다.

일본과 같은 재고용을 통한 고용연장은 고령자의 노동강도와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노동조건 저하와 임금 불평등을 심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본은 연금과 삭감된 임금을 보조하는 제도를 통해 소득을 보전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도 고령노동자에게 적합한 근무형태·노동시간·기업의 지불능력 등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하는 고령자 생활보호 방식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공동체에서 고령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노사가 답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참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보고서를 근거로 정년연장을 고령자보호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로 노동력 감소와 노인 빈곤 등 노동시장과 사회 경제 전반에 부정적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과 정년연장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우리 노동시장 상황에서 재고용을 통한 고용연장은 고용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년연장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