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액정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희귀금속 ‘인듐’에 중독되는 직업병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인듐을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우리나라도 2019년부터 유해물질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환경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정책포럼 회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이 인듐 직업병 예방 문제점과 개선과제를 제시한다.<편집자>
▲ 강희태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회장
인듐은 디스플레이 산업이 발전하면서 소비가 증가했고, 전자산업이 발전한 한국은 인듐 사용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높다. 한국에서는 인듐주석산화물(ITO) 타킷 제조공정, LCD 등 디스플레이 제조공정, 제품에서 인듐을 회수하는 재생처리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인듐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듐은 주로 폐에 영향을 준다. 특히 폐포단백질증과 간질성 폐질환은 잘 알려진 건강 영향이다. 인듐은 우리 몸에 들어온 후 제거가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인듐 노출이 중단된 후에도 혈액 중 인듐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평균 8년 이상 걸렸고, 노출 농도가 높았을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인듐 노출이 중단된 이후에도 폐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인듐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실시하는 배치전건강진단과 업무를 시작한 후 매년 실시하는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돼 있다. 1차 검사에서 문진·진찰·흉부촬영·혈청 인듐 농도를 검사한다. 호흡기 문제가 의심되면 폐활량검사와 흉부 고해상도 전산화 단층촬영(HRCT) 검사를 2차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히 HRCT는 간질성 폐질환 등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적인 검사다. 하지만 인듐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진단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로 인듐 취급 노동자들 중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흉부촬영 이상이 있어서 HRCT 등의 2차 검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2차 검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로 HRCT 검사가 다른 검사에 비해 비용이 다소 드는데, 사업주가 지급할 능력이 안 되거나 검사비를 지급할 의사가 없으면 2차 검사를 하기가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2차 검사라고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소규모 사업장 같은 지불능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사업주가 HRCT를 실시하려고 하더라도 건강진단기관이 검사장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일 기준으로 전국에 255개의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있다. 이 중 종합병원 이상의 기관들은 상당수 HRCT 촬영장비를 갖추고 있겠으나, 의원급 기관들은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따라서 1차 검사를 HRCT가 없는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 실시하면 2차 검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건강진단기관 사이에서도 검사에 대한 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차 검사 의뢰체계를 구축하려면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수렴한 후에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인듐 노출이 중단된 후에도 간질성 폐질환이 악화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현행 특수건강진단 제도에서는 업무를 중단한 후에는 건강진단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인듐에 노출된 노동자가 호흡기 증상이 발생했는데 사업주가 이 노동자를 퇴직시키거나 다른 공정으로 업무전환을 시키더라도 인듐으로 인한 폐질환은 종종 악화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특수건강진단 제도에서는 이 노동자를 추적·관찰할 근거가 전혀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현재 일부 발암성물질 취급 노동자에게만 발급되는 건강관리카드 제도를 인듐 취급 노동자에게도 적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인듐으로 인한 건강문제 예방은 위험성을 확인하고, 노출을 줄이고, 문제가 되는 노동자들을 조기에 발견해서 개입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 그중 조기 발견을 위한 현행 건강진단 제도의 맹점에 대해서 다뤄 봤다. 인듐을 계기로 노동자 건강진단 제도의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