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임금 결정기준 불공정’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마련한 ‘이정식 장관-MZ세대 노조 간담회’가 노동부의 불공정을 성토하는 자리로 끝났다. 간담회에서는 “공정한 임금체계를 위해 노동부가 먼저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MZ세대 노조’ 같은 구분도 “세대갈등을 유발할 뿐”이라며 “피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청년주간을 맞아 이정식 장관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MZ세대 노조 간담회’를 열었다. 상급단체가 없는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와 화섬식품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네이버지회·LIG넥스원 사무연구직지회 대표자와 간부 9명이 참석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 13일부터 6일간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쓰는 ‘블라인드앱’을 통한 사전 설문조사를 받았는데 응답자 85.6%가 현재 임금결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고 3명 중 2명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다고 답변해 노동 관련 제도를 바꿨으면 하는 바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MZ세대 여러분 의견을 향후 노동시장 개혁 추진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블라인드앱의 ‘주요 직장인 의견’이라며 제시한 내용은 △호봉제에서는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 △성과와 무관하게 보상이 정해져 있어 열심히 일하면 바보 같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하면 어때? 일 있으면 반차 안쓰고 근무시간 조정하면 되니 좋다 △법적으로 근로의지를 막는 게 문제다.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로 바뀔 필요가 있다 등이다. 이 장관이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서 제시한 노동시간 유연화와 연공급제 개편 같은 내용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은 결이 달랐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됐지만 포괄임금제는 여전히 유지되면서 중소규모 개발사들은 임금을 주지 않는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있다”며 “노동부가 먼저 포괄임금제 폐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성과 중심 임금체계가 공정한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들려면 노동부가 교섭권이 보장되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현행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에서 개별교섭을 할 것인지, 창구단일화를 할 것인지 선택권이 사용자에만 있어 불합리하고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교섭권 없는 소수노조여서 노조 활성화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도 “자회사를 거느린 모기업에 책임성을 높여 공동사용자로서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세대 갈등을 동원하지 말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노총은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해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고 직무성과급제를 확대해 중장년층 노동자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이라며 “MZ노조를 들러리 세우는 책동을 중단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