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국회 부의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안된다 긴급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하기까지는 인과관계 입증이라는 과정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본질적으로 범죄와 처벌을 규정한 형법이다. 범죄사실 인정은 증거에 근거해야만 한다. 중대재해 발생이 경영책임자의 고의적인 안전보건의무 소홀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당시 담기지 못했던 인과관계 추정을 재입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인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와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28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안 된다’ 긴급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환경범죄단속법에 있는 인과관계 추정 조항
인과관계 추정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의무 소홀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 입증을 위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중대재해는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에는 이 같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있다.
환경범죄단속법 11조(추정)에는 “사람의 생명·신체, 상수원 또는 자연생태계 등에 위해를 끼칠 정도로 오염물질을 불법배출한 사업자가 있는 경우, 그 오염물질의 불법배출에 의해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서 같은 종류 오염물질로 인해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하고 그 불법배출과 발생한 위해 사이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위해는 사업자가 불법배출한 물질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권오성 교수는 구체적으로 의무위반 행위가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증대시킨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의무위반 행위와 중대재해 발생 사이에 요구되는 관계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의성 판단 “엄격히”
“노동법적 특수성 적용”
다만 고의성 판단하는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권 교수는 고의 또는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의 경우에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유성규 노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노동법의 특수성을 반영해 고의성을 미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금체불과 같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경우, 대법원은 사업주가 사업체 부도나 경영상 어려움에 의해 임금체불을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한다. 유 노무사는 “핵심은 (경영책임자가) 포괄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며 “이를 물을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형법, 잘못은 처벌해야”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에서 최고경영자를 처벌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최고경영자 처벌 가능성이라는 공포가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다하게 만드는 것인 만큼 최고경영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권오성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을 처벌함으로써 종사자와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중대재해사고를 방지하는 데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처벌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규 노무사는 “제대로 된 처벌사례들이 나와야 동일 패턴의 사고,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며 “그것이 이 법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