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투자를 제재하라고 촉구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류제강)는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행이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투자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1조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고려하는 등 국내 예금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감독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무금융노조 KB국민카드지부·KB손해보험지부도 참여했다.
부실 대출채권 11.7%인데 6천억원 쏟아 경영권 인수
류제강 위원장은 “지분투자 이후 경영권을 획득까지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하고도 경영이 어렵다며 현재까지 1조원 넘는 자본투자를 했는데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 요청으로 또다시 1조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한다”며 “이런 결정이 매번 적절한 실사나 신중한 검토 없이 이뤄져 묻지마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은행은 2018년 1천164억원을 들여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인수했다. 이후 2020년 유상증자로 지분 67%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경영권도 가져왔다.
그러나 부코핀은행은 부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부코핀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1.7%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은행이 3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를 회수하지 못한 부실 대출채권이다.
영업손실은 확대일로다. 국민은행이 경영권을 거머쥔 2020년 434억원 연간 순손실을 낸 부코핀은행은 2021년 연간 순손실 2천72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744억원 연간 순손실이 쌓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부실 전이를 우려한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에 지속해서 자금 투입을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1조원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부 추천 ‘해외투자 전문가’ 외면하고 묻지마 투자
그러나 지부는 국민은행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한 상황에서 사실상 견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런 사태를 대비해 지속해서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올해 1월 지부는 2008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인수 후 평가손실과 2020년 부코핀은행 적자 누적 같은 해외투자 실패 사례를 지적하면서 해외투자 전문가인 김아무개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경영진의 적극적인 반대로 무산됐다.
류 위원장은 “경영진이 잘못된 결정을 지속해도 이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해 경영진 요구대로 자본투자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이번 투자 결정이 적정한 수단이고 정당한 실사와 절차를 따랐는지 견제하고 이사회의 지배구조도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예금·투자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책임이고 의무”라며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 휘둘려 무한대 국부유출이 일어나는 것을 금감원이 막아 주길 호소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