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이 출범한 지 61년, 연맹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연맹의 고민은 깊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지만 자동차 부품사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비롯해 친환경 부품 생산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사와 부품사의 전속성은 더욱 강해지고, 산업전환에서 도태된 회사에서는 고용위기가 필연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57·사진)을 만나 연맹이 갖고 있는 고민과 사업계획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산업전환을 논의할 수 있는 중층적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합의가 이행될 수 있게 하는 법적 강제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1997년 현대전자노조(현 SK하이닉스이천노조) 위원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2012년 연맹 위원장에 처음 당선된 뒤 4선에 성공했다.
“산별노조 전환 중단, 아쉬워”
- 연맹 설립 후 61년이 흘렀다. 크고 작은 일이 많았는데 떠오르는 주요 대목이 있나.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못한 데에 아쉬움이 가장 크다. 2000년부터 추진했는데 2008년 결국 좌절됐고 산별노조 전환은 중단된 상태다. 2001년과 2003년 산별 추진위원장을 맡았는데 시스템으로 담보되지 않은 산별교섭체계의 불완전성과 산별노조가 만들어질 경우 (기업별노조) 위원장의 권한이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현장의 인식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중국산 부품 역수입을 강제한 현대차·기아의 바이백 지침으로 부품사가 위기를 맞았던 일도 크게 기억에 남는다. 2005년 4월 양대 노총이 바이백 지침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투쟁을 했다. 당시 양대 노총이 공동교육과 사업을 활발히 했다. 금속노련에서는 이를 계기로 자동차업종위원회를 발족하고 활성화되기도 했다.”
-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첫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내용에는 아쉬움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노사가 합의를 이뤄 내는 것은 단체협약·임금협약 내용을 떠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노사가 진정한 파트너십을 갖고 상생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노사협의회 중심의 운영이 이뤄지는 것은 개탄스럽다. 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삼성연대회의를 19차까지 진행해 오며 계속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 2020년 성암산업 노동자 145명 집단해고 사태 이후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승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사업이전시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는 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이 높다.
“몇몇 사업장 문제가 아니라 사내하도급 전체의 문제다. 업체 간 계약기간이 2~3년 단위다 보니 계약이 끝나면 고용이 단절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사업이전시 고용이 유지되게 하는 법률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다양한 투쟁을 통해 이 법안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고, 국회가 정상화 돼 입법 활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의지만 있다면 법안 통과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제조연대와 한국노총의 역량까지 총동원하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산업전환 과정, 소외되고 피해 보는 노동자 없어야”
- 기후위기, 산업전환 등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금속노련의 고민도 클 것 같다. 대응 방안은.
“친환경 산업전환 필요성이 대두되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자동차업종위원회를 만들어 연맹의 입장과 대응방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친환경차 기술력은 하청노동자가 따라잡기 어려워 원·하청의 전속성이 강화돼 우려된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소외되고 피해 보는 노동자가 없어야 한다. 연맹은 실업에 대한 위기에 대응해 고용보장을 위한 정책 대안 등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 한국노총 제조부문노동조합연대회의의 의장도 맡고 있다. 제조연대 차원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 문제는 금속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문제다. 공통의제 발굴을 통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연대 차원에서 제안한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투쟁 사업장 연대 강화와 현장투쟁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일방통행하면 충돌 불가피해”
- 기후위기나 산업전환 대응에 정부와는 대화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기후위기와 산업·노동 전환 연구회는 집행부가 바뀌면서 재가동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산업노사정포럼은 출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장관도 함께했는데 경사노위처럼 법적 근거나 강제력을 갖지 못한 한계가 있다. 한국노총이 탄소중립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노동계 참여 폭이 너무 좁다. 기후위기나 산업전환 위기는 정부, 노동계, 재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지 정부의 일방통행만 있다면 노동계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 구상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의 방법이 있나.
“산업대전환은 의제 한두 개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중층적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고 법적 강제력까지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노사정 사회적 대화 합의를 보면 대부분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게 많았다. 사용자들은 합의로 책임을 면피했고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했다. 이행이 담보돼야 한다.
예를 들어 경사노위 안에 산업전환 전체를 다루는 위원회가 있다면 그 밑에 제조, 제조 밑에는 자동차, 이런 식으로 중층적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도 노정교섭 쟁취로 알고 있다. 이 부분과 관련 연대투쟁은 이견이 없다. 노정교섭은 불가피하다. 자연스럽게 연대투쟁은 이뤄질 것이고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조직문화 쇄신 필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출마 준비”
- 윤석열 정부 취임 후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노동개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을 유연화는 특별연장근로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이미 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완책이 있는데 계속 확대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를 퇴보시키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시도에 대해서는 공공부문과 연대투쟁하고, 금속노련과 제조연대가 앞장서 맞설 것이다.”
- 올해 한국노총 위원장 출마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직 내 민주적 운영과 올바른 조직문화에 기반해 현장의 신뢰를 받는 활동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노총에서)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건설산업 두 개 연맹체제에서 계속 불거지는 문제들은 조직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노동운동에 기반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로 쇄신이 필요하다.
현재 연맹 지역본부 의장들이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로) 추대한 상태다. 준비할 것이 아직 많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싸우자’ ‘이기자’ 이런 것보다 사실 '지키자’는 목소리가 컸다. 윤석열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보는데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조의 목적은 (노동조건이나 환경을) 향상하는 것이다. 노동운동이 어려운 때 중심을 바로 세우고 뛰어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강력한 전선 준비를 위해 모든 진영이 함께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