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근무 기간이 1년은 넘었지만 2년은 채우지 못했더라도 최대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최초 1년의 11일 연차휴가에다 만기근무한 다음날 15일의 연차휴가가 다시 생긴다는 취지다. 연차휴가일수의 구체적인 산정 방법을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2년 미만으로 근무한 노동자도 2년 만기와 동일한 연차를 부여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1년 중 80% 이상을 근무했더라도 2년차에 일하지 않았다면 ‘개근연차’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기존의 판례는 유지했다.

‘1년3개월’ 근무 경비원, 연차수당 쟁점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7일 경비업체 A사가 B산업진흥재단을 상대로 연차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의 쟁점은 ‘1년 초과 2년 이하’로 일한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최대 연차휴가일수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였다. 근로기준법(60조1항)은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대해 대법원은 “최초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가 다음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2년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같은 법 2항도 1년 미만 근무하거나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노동자에게 1개월 개근시 1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년을 넘기지 못하면 최대 11일의 유급휴가를 받는다.

문제는 이 사건의 경우 ‘1년3개월’을 근무한 경비원의 연차휴가일수를 어떻게 계산할지였다. A사는 용역계약을 통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B재단에 소속 경비원 6명을 보냈다. 4명은 2년의 근무기간을 채웠지만, 1명은 1년만 일했고 나머지 1명은 1년3개월만 일하고 퇴직했다.

A사는 이들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한 뒤 B재단에 보전을 요구했으나 재단은 6명 중 일부의 연차수당만 지급했다. 용역계약이 2019년 12월31일 종료돼 2019년도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최초 11일+이듬해 15일 연차 발생”

A사는 B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은 A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1년3개월’을 근무한 경비원에 대해 “2년차 근로기간이 ‘1년간 80퍼센트’에 해당하지 않아 연차휴가가 부여될 수 없다”며 B재단이 연차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1일의 연차휴가만 인정한 항소심 판단은 잘못이라고 봤다. 1년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2년의 만근을 하고 퇴직한 근로자와 1년3개월을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부여해야 할 연차휴가일수는 26일(최초 1년의 11일+1년 초과 시점에 발생한 15일)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2년 미만 근무자에게만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이 발생하는데, 이미 수당 합계액은 B재단이 A사에게 지급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며 “1년3개월 근무자의 연차휴가수당에 관한 판단의 잘못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2년의 만근을 하고 퇴직한 근로자와 1년3개월을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부여해야 할 연차휴가일수는 26일(1년차 근무기간의 11일+1년 초과 시점에 발생한 15일)로 동일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