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맹
윤석열 정부의 지방공공기관 민영화 계획이 11월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부채를 빌미로 민간과 겹치거나 민간이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공공 영역을 떼어내는 게 뼈대로, 행정안전부가 기준을 제시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칼자루를 휘두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관련 공청회에서 지방공공기관의 구조개혁과 재무건전성 지침을 공개하고 다음달과 11월 중으로 민간협력·관리체계 분야 지침 발표 방침을 밝힌 행안부가 <매일노동뉴스>에 각 분야 세부과제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하는 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20일 “구조개혁과 재무건전성 강화, 나머지 과제에 대한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며 “각 분야별로 세부과제가 많아 한꺼번에 발표하기보다 구체화하면 순서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행안부의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은 유사·중복기능 조정과 민간경합 사업 정비를 뼈대로 하는 구조개혁과 지방공공기관 부채관리 같은 재무건전성 분야, 지방공공기관 정보 공유와 공공구매제도를 포함하는 민간협력 분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제도 개편 같은 관리체계 분야로 나뉜다.
민간경합 정비 지자체 권한?
지자체장 성향 따라 민영화 가속 우려
초점은 민간경합 분야다. 기획재정부의 중앙공공기관 구조조정 기조와 발맞춰 행안부도 지방공기업의 민간경합 분야를 점검해 스스로 정비하도록 하고 있다. 기재부와 마찬가지로 민영화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민간경합 정비 분야에서 정규직형 자회사는 제외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노동계와 만난 자리에서 정규직 전환 부문은 민간경합 분야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자체가 구조조정의 주체다 보니 제각각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 지방공공기관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설립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 똑같은 기능을 하는 지역개발공사라도 지자체장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급속한 민영화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정부차원의 발표와 달리 서울시가 지속해서 서울교통공사에 인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일이 어떤 지자체에서라도 현실화할 수 있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배제된 민간위탁 사업이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3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인 민간위탁기관은 전환 여부를 기관 자율에 맡겨 사실상 포기했다. 노동계는 이번 민간경합 정비 과정에서 민간위탁기관을 아예 공공 영역에서 배제해 민영화를 공고히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업무가 민간경합 정비 과정에서 조정 대상에 속하면 곧바로 고용위기가 발생한다. 행안부가 앞서 밝힌 민간경합 정비와 관련한 시장성 테스트 체크리스트에는 아예 배제된 항목이라 추가적인 지침 마련도 예상된다.
노동계는 행안부가 추가적인 지침을 통해 사실상 민영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염려를 갖고 있다. 실제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은 지자체가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민간경합 검토 결과를 행안부로 제출해 ‘검사’를 받는다. 공공기관 혁신을 명분으로 은밀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상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도 유사한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행안부는 다음달 28일까지 지자체로부터 기관별 혁신계획을 제출받고 별도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서 이를 검토·조정해 12월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런 과정은 지자체가 각 정부부처로 바뀐 점만 제외하면 기재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계획과 같다.
평가급 차등성 확대 철회 요구에
“가이드라인 반영에 검토, 수용 여부는 미지수”
한편 행안부는 지방공공기관의 평가급 차등성 확대 철회와 안건관리수당 총인건비 제외 같은 지방공공기관 노동계의 요구에 “연말 총인건비 가이드라인 수립 전까지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 관계자는 “요구 수용 여부를 떠나 관련 지침을 마련할 때 노동계가 요구하는 별건에 대해서만 검토하기는 어렵다”며 “지침의 다른 조항까지 전반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마련할 때 반영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평가급은 지방공기업이 기관 자체적으로 평가해 지급하는 성과급으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행안부는 ‘2021년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을 2020년 6월 마련하면서 평가급 차등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2021년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지급하는 성과급의 차등성이 강화된 것이다. 노조는 변경이 갑작스러웠을 뿐 아니라 차등성 확대의 정당성도 없다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