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지난 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3일에 한 번은 현장을 찾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에어컨이 없는 쿠팡 물류센터, 폭발사고가 일어난 에쓰오일 울산공장, 하청노동자 스스로 1세제곱미터 감옥에 자신을 가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노동부 장관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올해 하반기에는 70년 된 노동법 체계를 바꾸는 데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임금·노동시간·이중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노동법·제도를 손보겠다는 의미다.

이 장관은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틀을 유지하고 실근로시간을 줄이겠다는 점은 확고하다”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선택의 다양화”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서 내놓은 주 12시간인 연장근로 한도를 월단위로 산정하는 방안이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입장이다. 그는 “주 52시간 상한제의 후퇴나 장시간 노동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임금·노동시간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에 대한 정책방향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몫으로 넘겼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 등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0월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위임입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자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한 뒤 노동부에 전달하면서 불거진 ‘월권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노사와 부처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고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듣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행령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입법 취지에 맞는 개정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 범위가 뜨거운 쟁점인데, 기존 법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노동부는 10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한다. 0.43명 수준인 사망만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불거진 조선업 이중 노동시장 구조 해소와 관련해서도 조만간 대책을 내놓는다. 다음달부터 열리는 ‘조선업 상생협의회’에 원·하청 노사가 모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대우조선해양과 하이트진로에서 파업한 노동자에게 사측이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손배소는 불법 때문”이라며 노조에 책임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