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평택 SPL 공장에 마련된 희생자 분향소.
“망자가 돌아가신 날에도 그 기계를 천으로 가리고 일을 시키더라고요. 사람이 아니라고 보는 거죠. 새벽에 사고로 동료가 목숨을 잃은 곳에서 저녁에 그와 같은 일을 하는 시킨 거예요. 우리가 감정 없는 동물인가요?”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이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SPL은 지난 15일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에도 수작업으로 소스를 배합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23살 청년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상체가 끼여 숨진 채 발견된 평택공장 3층에서 말이다.
18일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SPL 평택공장 3층에서 일하는 노동자 150명에 대해 트라우마 치료를 안전보건공단에 의뢰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SPL은 산재사망 사고가 난 날에도 밤새 샌드위치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사고 당일 해당 공장에 있던 혼합기 9대 중 자동방호장치가 없는 7대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사고 다음날인 16일 류경희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현장을 찾았을 때 혼합기 2대가 여전히 가동 중이고 고인이 소속된 냉장샌드위치 공정도 정상 가동 중이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중지 대상은 아니지만 사업주에 작업중지를 권고해 혼합기 2대도 추가로 작업을 중단시켰다” 밝혔다.
최태호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3층에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고구마케이크, 젤라토 등 6개 공정이 있는데 사고가 난 기계를 흰 천으로 가린 채 공정을 정상가동하고 있었다”며 “사측이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 작업이 중지되자 수작업으로 소스를 배합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당시 밤새 샌드위치를 만드는 작업을 한 노동자 11명부터, 3층 작업자 150명 가운데 희망자에게 트라우마 치료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1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경기지청과 평택지청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본부 수사지원팀장 등 3명도 급파했다. SPL 사업장 전체에 안전보건진단명령을 내리고 비슷한 공정이 있는 SPC그룹의 다른 사업장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검토 중이다.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은 혼합기나 분쇄기 등을 가동하면서 노동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가 난 기계는 덮개가 없는 채로 작업했던 것으로 노동부는 파악하고 있다. 3층에 CCTV가 없어 현장관계자와 동료 노동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또 홀로 작업한 경위와 관련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2인1조 작업은 법령상 안전조치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내부지침으로 혼합기 작업시 유해위험 방지 조치로 2인1조 작업을 규정했을 경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