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연장근로 관리기간을 주 단위(12시간)가 아니라 월 단위(52.2시간) 등으로 다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괄임금 규제를 위해 노동시간 기록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윤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지난 7월18일 출범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논의 기한은 4개월로 11월17일까지다. 연구회 좌장을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규정에 따라 논의기한을 더 연장할 수 있다”며 연구회 활동 기간 연장 가능성도 시사했다.
권순원 교수는 17일 오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 청취한 현장 노사 및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다양한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회가 논의하는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그리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불거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방안이다.
노동시간 유연성 높여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권순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용률은 낮은데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이는 소수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노동자가 근로를 독점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노동시장에 새롭게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근로시간단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활용과 선택의 자율권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간) 유연성이 떨어질수록 장시간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유연성을 높여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회에서 현재 연장근로 단위를 1주가 아닌 월간이나 분기 등으로 다원화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방안, 근로시간저축계좌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월 단위 확대는 지난 6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방향’을 발표할 때 포함됐던 내용이다. 이럴 경우 주당 90시간 가까이 몰아서 일할 수 있어 “주 120시간도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포괄임금 규제 방안으로는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방법이 논의됐다. 권 교수는 “포괄임금 규제를 직접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 잔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같은 소정 외 근로시간의 기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연공형 임금체계, 대기업 정규직 남성만 유리한 임금”
노동시간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손대야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그렇지 않다. 연구회는 ‘과도한 연공성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노사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권 교수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장기고용을 전제로 연공을 쌓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배타적으로 유리한 임금체계”라며 “대기업 정규직 남성근로자를 위한 임금체계”라고 지적했다. 임금체계를 ‘제도’로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어 특정 임금체계 개편을 연구회 이름으로 권고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임금체계 개편시 거쳐야 하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 교수는 “근로자대표제도에 공백이 있다”며 “아직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2020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정 합의안을 토대로 검토하고, 현재 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인정하고 있는 ‘부분 근로자대표제도’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정책과제, 단기·중장기 과제 구분해 권고안 발표
활동기한 내년 1월까지 연장 가능성
연구회는 매주 1회 이상 정기적인 회의를 열고 현장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회는 “지금까지 67개 기업 노사 104명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청취했다”며 “노사단체 의견수렴을 통해 최대한 균형 잡힌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한다. 연구회 활동기간은 다음달 17일까지다. 하지만 다음달 권고안이 나올 가능성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연구회 설치 규정상 2개월 범위에서 1회 연장이 가능하다. 권 교수는 “활동기한을 연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17일까지가 활동시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