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닥코리아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직원들의 노조설립을 지원했다는 이유를 포함해 17가지의 징계사유로 해고된 회사 임원이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사측 주장에 “노조설립은 헌법상 권리로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며 “(임원이) 부정한 목적으로 노조설립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노조 지원’ 상무, 임원 해촉에 해고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최근 산업용 유압기기 제조업체인 하이닥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회사는 1심에 불복해 지난 11일 항소했다.
사건은 회사에 노조설립 움직임이 일면서 시작됐다. 2002년 입사한 A씨는 부장과 공장장을 거쳐 2015년 상무이사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2019년 팀장급이 주축으로 노조설립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사측은 2020년 1월 A씨가 노조설립을 주도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임원에서 해촉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해촉 통보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하자 그해 4월 A씨를 원직에 복직시켰다.
그러나 복직한 지 8일 만에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고 당일 해고했다. 징계사유는 △회사 위계질서 파괴 및 허위사실 유포행위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 △공장 최고책임자로서 직무유기 등 17개였다.
특히 사측은 A씨가 2019년 6월께 본인의 회사 내 영향력을 키우고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측근인 팀장들을 중심으로 노조설립을 추진했다고 봤다. 이후 팀장급 노조설립이 무산되자 재차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17개 징계사유로 해고를 통보받은 A씨는 경남지노위에 재차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경남지노위는 2007~2008년 대리점 직원과 부하직원에게 현금을 수수한 부분만 징계사유로 인정하면서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회사는 지난해 4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A씨가 지사장에 대한 보고의무를 위반하고 관리책임을 소홀히 한 것으로, 해고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닥코리아는 독일인 대표가 지분 70%를 소유했지만, 한국지사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했다. A씨가 지사장 지시를 어겼다는 취지다.
팀장급 노조 무산, 직원 주도로 노조설립
법원 “노조설립 지원, 징계사유 안 돼”
법원은 지노위와 마찬가지로 징계사유 두 가지만 인정하면서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임원 해촉사유가 됐던 ‘노조설립 주도’ 행위는 모두 징계사유로 삼기 부적절하다고 봤다.
A씨가 노조설립을 지원한 사실은 인정했다. 당시 노조설립에 관여했던 직원에 따르면 A씨가 팀장에게 노조설립을 지시하거나 제안했다. 이에 팀장들이 민주노총과 만났지만 여러 문제로 노조설립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이후 직원들이 노조 설립을 추진했고 A씨는 직원들을 지원했다. 노조는 2019년 8월 설립신고를 마쳤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노조의 설립 및 활동은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므로 노조설립을 지원했다는 사실 자체를 징계사유로 볼 수는 없다”며 “부정한 목적으로 노조설립을 지시하거나 노조를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고 경영에 개입하려 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징계사유 중 14개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거래처와 부하직원에게 금품을 수수한 것은 취업규칙을 위반해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두 가지 징계사유만 인정되는데, 이마저도 해고일부터 12~13년 전의 것”이라며 “회사는 A씨가 근무하던 기간 많은 성장을 이뤘고 A씨도 이에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볼 때 비위행위 내용도 해고처분을 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해고는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