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수십억원대 조합비 횡령 사건이 불거진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는다. 연합건설노조의 상급단체인 연합노련에 불법행위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강력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17일 “한국노총 건설 조직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연이어 발생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규약에 따라 철저히 조사해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조 연합건설노조 위원장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조합비 수십억원을 개인 용도로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조합비 일부를 본인이 관리하는 통장에 이체하고, 본인 아파트 구입에 사용했다. 횡령한 조합비는 부인 소유 빌딩을 사는 데도 이용했는데, 현재 해당 빌딩은 노조가 임대료를 내며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본인도 이 같은 사실관계 일부를 인정한 상태다. 진병준 건설산업노조 위원장도 이와 유사한 비리로 구속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대의원대회에서 건설산업노조를 제명했다.
두 건설노조에서 위원장 비리 의혹이 불거진 데에는 위원장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꼽힌다. 뿌리가 같은 두 노조는 위원장이 대의원 등 노조 주요 간부를 지명할 수 있는 구시대적 규약·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건설산업노조는 위원장 비리 사건이 터진 뒤 대의원대회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려 했으니 조합원 직접투표 없이 위원장이 임명한 대의원으로 꾸려진 대의원대회는 무효라는 법원 가처분 결정에 따라 대회를 열지도 못했다. 연합건설노조도 자체적으로 규약·규정을 정비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노련은 연합건설노조에 자체 회계감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결과를 받은 뒤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연합노련 규약규정에 따라 회원조합 징계는 연맹 중앙위원회에서, 임원 징계는 대의원대회를 열어 결정한다.
한국노총은 연합노련에 회계처리와 감사현황, 노조 규약과 노동법 등 적법한 절차 이행 여부, 추가적인 노조운영상 부장과 불법행위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라고 제시했다. 사실관계에 따라 노조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한 뒤 결과를 24일까지 보고하라고 밝혔다. 이 기간 내에 연합노련이 요청을 이행하지 않으면 한국노총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직접 징계 논의에 착수하는 등 후속 조치를 밟을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건설노조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 내부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건설산업노조 사태에서 한국노총은 이 부분(규약·규정 정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들이 끝까지 거부해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