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임금 2천여만원을 체불하고 휴일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은 수산물 판매업자가 대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확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주는 재판에서 해당 직원이 노동자가 아닌 ‘소사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벌금형은 근로기준법 양형기준의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해 경미한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체불임금이 5천만원 미만일 경우 기본구간으로 징역 4~8월로 정했다. 감경요소가 있을 때는 징역 6월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감경구간보다도 훨씬 적은 형량이 선고된 셈이다.
일당 10만원에 2년간 해조류 판매
휴일 미보장에 근로조건 명시 안 해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해조류 도소매업자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A씨가 2018년 1월 직원 B씨를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A씨가 운영한 해조류 판매업체는 상시근로자가 4명뿐인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12월까지 약 2년간 근무하면서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했다.
B씨는 하루 일당 10만원을 받으면서 한 달에 13~18일 정도 해조류 판매촉진업무를 담당했다. 급여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근무기간의 임금 1천200만원이 체불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2019년 6월부터 12월까지 임금을 지급하면서 사업주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를 월급에서 공제했다. 입사할 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B씨가 항의한 뒤 가입했지만, 보험료를 월급에서 제외한 것이다.
7개월간 공제한 금액만 230여만원이었다.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임금 일부를 공제하지 못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43조)을 위반한 것이다. 퇴직금 480여만원도 받지 못했다. A씨가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일하라고 권유해 지인 매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쉬는 날도 많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에게 1주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하는데, A씨는 일주일에 이틀씩 쉬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근로계약도 입사 1년6개월이 지난 2019년 6월에 체결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임금과 소정근로시간, 휴일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
사업주, 개인사업자 ‘소사장’ 주장
법원 “판매장소와 방식 지시, 근로자 해당”
그러나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자신의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인 ‘소사장’이라고 주장했다. 해조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소사장제를 활용했는데, 소사장은 물품 판매가의 40% 정도를 수익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은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A씨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판매량에 따라 일급이 달라지지 않았고, A씨의 지시를 받아 일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는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가 판매장소와 업무방식을 지시한 부분이 근거가 됐다. B씨는 지정된 매장에서 물품 재고를 보고했고, A씨는 물품의 가격과 진열방식, 홍보 내용 등을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A씨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이 판매 홍보를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A씨는 B씨에 대한 사업소득세도 원천징수했다. 재판부는 이를 기초로 A씨가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을 임의로 공제했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9년 6월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B씨에게 소사장으로 일할 것을 제안한 점 등을 보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합계가 약 2천만원에 이르러 적지 않고, 피해 변제가 이뤄지지 않은 사정을 보면,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