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했다면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주휴수당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금협정에 적용된 주휴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은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소정근로시간 3시간 단축, 주휴수당 12.5시간 합의
택시기사들 “8시간 환산시 주휴시간 21.9시간 늘어”
14일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경기 의정부시의 택시회사 J사의 택시기사 A씨 등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J사 노사가 2017년 7월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2.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발단이 됐다. 2014년 4월에는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3시간, 월 76시간으로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노사는 2016년 11월 ‘월 63.5시간과 주휴수당 월 12.5시간’을 포함한 월 76시간으로 기본급을 산정한다는 내용으로 임금협정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본급을 ‘63.5시간(기본급)+12.5시간(주휴수당)’으로 계산했다. 그러자 A씨 등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이므로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적용해 주휴수당을 계산해야 한다며 2017년 3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임금협정에서 정한 12.5시간보다 주휴시간이 늘기 때문에 기존보다 초과한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하루 3시간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할 경우 매달 34.4시간의 주휴수당이 발생한다. 2014년 5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매달 21.9(34.4-12.5)시간만큼의 주휴수당이 미지급된 셈이다.
1·2심은 주휴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기로 포괄임금약정을 체결했으므로 회사에 주휴수당 추가지급 의무가 없다며 사측 손을 들어줬다. 주휴수당이 이미 지급한 월급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금지급방식이 원고들에게 불리하다거나 부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임금협정의 기본급 산출근거에 근로시간 외에 주휴시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봤다. 포괄임금약정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최저임금법(6조5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생산고’는 택시기사가 손님들에게 받은 수입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부분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임금협약을 변경하는 것은 무효라는 취지의 2019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따랐다.
1·2심 “포괄임금약정 유효, 주휴수당 월급 포함”
대법원 “노사합의 초과한 주휴수당은 청구 가능”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노사가 합의한 주휴시간(월 12.5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한 주휴수당은 기본급에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금협정서 내용과 경위 등을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사는 기본급 산정 대상인 76시간에 월 63.5시간의 근로시간과 월 12.5시간의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매달 21.9시간의 주휴시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은 주휴수당이 모두 기본급에 포함돼 지급됐다고 보고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처분문서의 해석·포괄임금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을 대리한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기지급된 기본급에 이미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더라도 소정근로시간이 탈법적으로 단축한 이상 기본급에 적은 주휴수당만이 포함됐다고 본 판결”이라며 “탈법적 소정근로시간 단축 이전에 적용되던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계산된 주휴수당 미지급분은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