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조회계 결산결과를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를 해주겠다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공시한 데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위헌·위법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과 우원식·이수진(비례)·이학영·전용기·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노조 운영 및 노사관계 개입 문제점과 개선과제’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 모법 위임 없어”
고용노동부가 지난 15일 공시한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조합원수 1천명 이상 노조의 경우 노조회계 결산결과 공시를 요건으로 조합비 세액을 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회계 공시를 강제할 수 없으니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조합비 세액공제와 연동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 구체화, 결산결과 등 공표 시기와 방법 등이 포함됐다.
법률상 위임 근거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노조법에서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하지 않았는데,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 새로운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발제를 맡은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노조법 시행령의 경우 모법의 위임 없이 의무를 창설하는 규정을 시행령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노조 회계와 관련된) 노조법 25조와 26조에 (공시 의무 등과 관련)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유사 사례로 비영리민간단체·협동조합·공익법인 등을 든다. 하지만 협동조합과 공익법인의 경우 관련 법에서 공시 의무와 방법 등을 명시하고 있다는 게 정영훈 부경대 교수(법학과) 설명이다. 정 교수는 아울러 “노조는 헌법상 노동 3권의 주체로서 단결권에 의해 활동이 보호되는 단체”라며 “노조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같은 법적 서열에 놓고 결산결과 공시 의무를 지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왜 노조에만 결산보고서 제출 요구하나”
회계 공시가 의무인 다른 공익단체와 비교했을 때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우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창조)은 “소득세법 시행령상 다른 공익단체의 경우 결산보고서 제출이 세액공제의 전제 요건으로 규정돼 있지 않음에도 노조만 세액공제 전제 요건을 달아 오히려 더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합비 세액공제가 목적이라면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정영훈 교수는 지적했다. 정 교수는 “행정부가 정한 방법에 따라 결산결과를 인터넷 등에 공시하고 이에 대해 행정부가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조합비의 세액공제 적격성을 담보하는 것에서 한참 더 나아간 조합 활동에 대한 제한”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결산결과의 공표가 기재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졌을 것’이란 요건을 지적하며 정 교수는 기재부가 노조활동에 개입할 가능성까지 연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법적 근거 없는 시행령 개정이란 점에서 ‘시행령 통치’란 비판이 나온다. 이용우 위원장은 “법치를 강조하는 집단에서 법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 통치를 일삼는 건 모순”이라며 “위헌·위법적 시행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