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근로감독을 청원해도 실제로 이행되는 경우는 10건 중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직장갑질119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근로감독 신청은 2천740건으로, 이 중 근로감독이 실시된 건은 874건(31.9%)에 그쳤다. 근로감독 실시 비율은 2016년 69.2%에서 올해 1~5월 29.2%로 크게 줄었다.<표 참조>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은 ‘근로감독 청원 등이 접수돼 사업장 감독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장’을 수시감독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감독을 청원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절당하거나 익명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노동자는 직장갑질119에 “여러 업체를 쪼개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장에서 일했다”며 “이 업체들 모두에 대해 근로감독을 청원했더니 3자는 청원이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고 제보했다. 다른 노동자는 “어떻게 된 건지 근로감독을 청원한 사실이 회사에 전부 소문이 났다”는 제보를 남겼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의 ‘늑장 처리’도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근로감독관 1명이 접수한 신고사건은 2016년 307건에서 지난해 157건으로 49% 줄었다. 1인당 담당 사업장은 2016년 1천646곳에서 지난해 1천73건으로 35% 감소했다. 하지만 평균 사건 처리 일수는 2016년 48.1일에서 지난해 41.6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사건 접수일부터 25일, 연장이 불가피한 경우 50일 이내에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연장한 처리기간마저 지난 경우에는 매월 1회 이상 전화나 서면으로 처리가 지연된 사유와 예상 처리기일을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직장인은 “임금체불을 진정했는데 진행 상황이 어떤지 감감무소식”이라며 “감독관에게 전화해 봐도 항상 자리에 없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의 지원을 받아 근로감독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담은 ‘근로감독관 갑질 보고서’를 발행했다. 직장갑질119는 보고서에서 제도개선 방안으로 근로감독관 역량과 감수성 강화를 비롯해 △근로감독관 규정 위반 전담신고센터 운영 △사건처리 절차와 진행 상황 고지 △진정인 입증책임 경감을 제안했다. 권호현 변호사(직장갑질119)는 “적잖은 국민이 ‘신고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며 “노동부는 이를 엄중히 인식하고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