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9·16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6일 파업을 예고한 금융노동자들이 정부와 금융사용자에게 금융공공성 강화와 부의 재분배를 촉구했다.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강조했다. 16일 파업을 앞둔 노조는 △은행 점포폐쇄 규제 강화 △공공기관 구조조정 중단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중단과 코로나19 기간 동안 발생한 금융산업의 천문학적인 이윤의 재분배를 요구했다. 노조 파업은 6년 만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노조 10만 조합원은 16일 파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거리에서 서울시민과 국민에게 금융지주사의 탐욕적인 점포폐쇄와 이자 장사, 윤석열 정부의 가짜 공공기관 효율화와 금산분리 훼손을 함께 막아 낼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국민이 겪을 불편을 생각하면 매우 죄송하지만 노동자가 나서 싸우지 않으면 하루 한 개 꼴로 사라지는 점포폐쇄를 막을 수 없고 노동자가 더 줄어 국민 불편이 커진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금융노동자들은 금융산업 사용자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도 부의 재분배에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이기동 노조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최근 5년 연속 10조원 이상 수익을 올린 은행들이 정작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고객을 응대한 노동자와의 공생을 외면하고 1%대 임금인상률을 고수해 실질임금을 삭감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파업에 이르게 된 과정에 사용자쪽의 불성실한 교섭이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원 노조 대구은행지부 위원장은 “교섭은 양쪽의 이견을 좁히는 과정임에도 사용자쪽 교섭대표들은 누가 더 노동자를 무시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안 된다고만 하고, 파업도 할 테면 하라는 듯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교섭과정에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최초 0.9% 임금인상률을 고수하다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회의가 중단한 뒤에야 1.4%로 인상률을 높였다. 0.9%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정한 공무원 보수인상률이다. 박 위원장도 “(중노위 이후) 실무진이 계속 만나고 있지만 임금인상률 수정안이나 34개 단협안에 대한 사용자쪽 개선안을 전혀 제안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단체는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 이후 사용자쪽은 노조의 대표단교섭 재개 요청에 줄곧 응하지 않았다. 사용자쪽은 교섭위원이 외국 출장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대화 창구를 닫고 노조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고수하면서 사후교섭에도 응하지 않아 사실상 파업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노조와 사용자쪽은 이날 가까스로 대대표교섭을 재개했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대대표교섭은 노조위원장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이 만나 담판하는 자리다. 박 위원장은 “파업에 따른 국민 불편을 고려해 대대표교섭을 수용하고 만났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대표교섭에서 임금인상률을 5.2%로 낮추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 △저임금직군 10.4% 인상 △임금 삭감 없는 4.5일제 시범실시 등을 요구했다. 사용자쪽은 단협 수정안 제출 없이 임금 2.4% 인상안만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