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9,620원, ‘역대급’ 낮은 임기 첫해 인상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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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담당자 댓글 0건 조회 557회 작성일 22-06-30본문
근로자위 단일안에 민주노총 표결 거부, 사용자위원 전원 퇴장
한국노총 “낮은 인상률, 저임금 노동자 벼랑 끝으로 내몰 것”
업종별 구분 적용 폐지 등 최저임금제도 개편 둘러싼 공방 이어질 듯
2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이후 입장 밝히는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 ⓒ 한국노총
2023년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월 201만 58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5.0%(460원) 인상된 금액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첫 최저임금으로, 지난 20년간 역대 대통령 임기 첫 해 인상률 중 가장 낮다. 임기 첫 해 노무현 정부는 10.3%, 이명박 정부는 6.1%, 박근혜 정부는 7.2%, 문재인 정부는 16.4%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힘들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최저임금은 표결로 정해졌다. 29일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8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은 9,620원을 제시했고, 이에 반발한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했다. 사용자위원 9명 전원도 공익위원안에 불만을 표하며 퇴장했지만, 표결 선포 직후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23표 중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공익위원안은 가결됐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5.0% 인상률은 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은행이 발표한 지표의 평균을 활용해 산출한 결과다. 경제성장률(2.7%)과 소비자물가상승률(4.5%)을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2.2%)을 뺀 수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간 합의가 더뎌지면, 공익위원이 상하한선(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재차 인상 수준을 논의토록 한다. 그럼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제시한 단일안을 표결에 부쳐 최저임금을 정한다. 이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은 하한 9,410원, 상한 9,800원으로, 노동계가 줄곧 제시한 1만 원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동계는 5.0% 인상률이 한참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회의실을 퇴장한 직후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공익위원은 물가 인상률과 관련해 KDI, 한국은행, 기재부 발표를 평균 합산했는데, 물가인상률은 날이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최근 산식을 사용하는 게 맞고, 최소한 16일 기재부가 발표한 4.7% 물가인상률을 반영해야 맞는데 기계적으로 KDI의 4.2%를 포함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률은) 물가폭등 시기에 동결도 아닌 실질임금 삭감안이다. 산입범위 확대를 감안하면 더 심각하다.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공익위원들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퇴장 이유를 밝혔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총 전무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상 수준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경총은 30일 입장문에서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심의 시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8일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개악 저지를 위한 양대 노총 결의대회 ⓒ 노동과세계
표결 직후 한국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한국노총 노동자위원들은 저임금노동자의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 결정 기준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며 “표결 불참도 고려했지만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노총은 “올해 엄청난 물가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결에 앞서 한국노총 근로자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정부에 권고한 업종별 구분 적용 연구용역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노총은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의 수행과제가 악용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심의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 기한(29일)을 넘기지 않고 정해졌지만, 노동계에선 결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종별 구분 적용에 관한 공방이 지나치게 길어져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28일 열린 7차 전원회의에서 “법이 정한 기한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터무니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심의라면 올해도 역시 법정기한을 넘겨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향후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 개혁을 요구할 계획이다. 주요 요구사항은 ▲가구생계비 적용 ▲최저임금 산입범위 정상화 ▲최저임금법상 업종별 구분 적용 문구 삭제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 제도개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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