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창립총회에서 6개 협약과 6개 권고를 채택했다. ‘근로감독(보건서비스)’ 권고 5호도 그중 하나다. 1923년 ILO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 집행을 확보하는 감독체제의 조직을 위한 일반 원칙”을 담은 권고 20호를 채택했다. 권고 20호 채택은 협약과 달리 법률적 구속력은 없지만 “현대적 근로감독 체제의 기본 원칙”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됐다.
2차 대전 직후인 1947년 ILO는 ‘공업과 상업 부문의 근로감독’ 협약 81호를, 1969년 ‘농업 근로감독’ 협약 129호를 채택했다. 협약 81호는 근로감독에 대한 “보편적 참고기준(universal reference instrument)”으로 여겨지면서 187개 회원국 가운데 148개국이 비준해 가장 많은 회원국이 비준한 협약 중 하나가 됐다.
협약 81호는 대한민국 정부가 최초로 비준한 ILO 협약이다. 노태우 정권 때인 1992년 12월9일 비준됐으며 대한민국 다자조약 1203호로 1993년 12월11일 발효됐다. 따라서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가 81호 협약을 비준한 지 서른 번째 해가 된다.
ILO는 근로감독이 노동행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1978년 64차 총회에서 ILO는 ‘노동행정(역할·기능·조직)’ 협약 150호를 채택했다. 187개 회원국 가운데 78개국이 비준한 협약 150호를 대한민국 정부는 김영삼 정권 때인 1997년 12월8일 비준했다. 재미난 점은 대한민국 정부가 동일한 영어 단어인 labour를 81호 협약에서는 ‘근로(감독)’로 번역하고, 150호 협약에서는 ‘노동(행정)’으로 번역한다는 사실이다.(<매일노동뉴스> 2020년 10월26일자 필자의 칼럼 ‘전태일이 사라진 근로기준법’ 참조).
협약 150호는 노동행정의 주된 기능으로 법률적 수단의 준비, 행정, 조정(coordination), 국가노동정책의 점검과 평가, 법령의 준비와 이행, 국가고용정책, 일과 일하는 삶의 조건(conditions of work and working life), 고용조건,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노사단체에 대한 봉사와 자문, 국제노동업무에서 국가의 대표 등을 꼽고 있다.
2006년 ILO는 근로감독을 우선 사업의 하나로 확인하고, 회원국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무조건에 관한 노동법 실행을 증진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기관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고 근로감독기관을 현대화하고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2008년 ‘공정한 세계화를 위한 사회정의에 관한 선언’과 2009년 ‘글로벌 일자리 협약’에서 “효과적인 근로감독체제의 구축”과 “노동행정과 근로감독 역량강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2009년 ‘협약 및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Committee of Experts on the Application of Conventions and Recommendations)’는 80차 ILO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근로감독의 주된 목표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그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근로감독 협약 2조1항은 “공업부문 사업장의 근로감독제도는 근로감독관이 근로조건과 작업 중인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규정을 집행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규정한다. 전문가위원회는 여기서 말하는 “작업 중인 근로자 보호(the protection of workers while engaged in work)”라는 표현을 “고용 기간 중에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보호”라고 좁혀서 해석했다. 이는 근로기준(labour standards)을 넘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등의 집단적 노사관계에 폭넓게 관여하는 우리나라의 근로감독과는 상충되는 해석이다.
협약 12조는 감독관의 법집행 권리로 “감독대상인 사업장에 주야 어느 시간이든 예고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과 “감독대상으로 인정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건물에 주간에 출입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법규정의 엄격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나 검사 또는 신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불시감독권’을 비롯한 근로감독관의 이러한 권리는 노동행정의 다른 영역과 구분되는 근로감독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19세기 노동법이 출현했을 때, 근로감독제도도 같이 등장했다. 노조 조직화가 국가에 의해 심하게 탄압받던 당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조건을 감시하러 오는지 아니면, 노동자를 처벌하러 오는지 불확실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의 노동일(labour day)에 관한 장에서 감독관 보고서를 대거 인용했다.
유럽에서 최초의 전문적 근로감독기구는 19세기 후반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 근로감독관 규정을 뒀다. 1961년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ILO 근로감독 협약 비준 30주년이 되는 해이고, 내년은 근로감독관 규정을 둔 근로기준법 제정 70주년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의 근로감독체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물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