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가 징계위원회 개최 시한을 지키지 않은 채 교통사고를 낸 택시기사를 해고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징계위원회 개최 시한에 관한 단체협약 규정을 위반해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택시기사 교통사고 내 5명 중경상
사고 발생 두 달 뒤 징계위원회 개최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충남 천안의 택시회사인 S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택시기사 A씨가 2018년 8월 교통사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A씨는 회사 택시를 운전하던 중 앞차를 들이박아 3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승객 한 명이 크게 다치고, A씨를 비롯해 4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에 회사는 두 달 뒤인 10월2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고를 의결했다. 승객을 포함해 5명이 중경상을 입고, 2천800여만원의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징계 절차와 사유, 징계양정이 모두 잘못됐다며 이듬해 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충남지노위는 단체협약·취업규칙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재량권을 남용했고, 절차상 중대한 하자도 있다며 초심을 뒤집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2019년 7월 소송을 냈다.
쟁점은 회사가 징계위원회 개최 시한을 어겨 징계를 의결했는지였다. 단체협약은 징계사유가 발생한 지 15일 이내에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며, 징계절차 위반시 징계 의결의 효력이 없다고 정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10월 징계위원회가 개최됐다.
사측은 “A씨가 사고 직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수사기관에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받고 나서야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측은 “사고 무렵 회사는 면담을 통해 사고 경위를 파악했다”며 “사고 발생 5일 뒤 승무정지 처분을 했으므로 적어도 이때부터는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단체협약 “징계사유 발생 15일 이내 개최”
법원 “수사기관 통보 시점, 징계사유 알아”
1심은 개최 시한이 지난 후 징계위원회가 열려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회사가 수사기관에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받은 2018년 10월10일께 적어도 징계사유를 알게 됐다고 봤다. 교통사고사실확인원에 ‘안전의무위반’이 기재돼 있어 이때부터 15일 이내 징계위원회를 열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징계위원회 근로자대표위원인 노조위원장이 징계위원회 연기를 요청해 부득이하게 미뤄졌다는 사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위원회는 노사 각 3인으로 구성돼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므로 위원장 불출석으로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사측은 항소심에서 택시공제조합으로부터 손해액 추정서 등을 받은 2018년 10월17일이 징계사유를 알게 된 시점이라고 새롭게 주장했다. 징계위원회를 15일 이내 개최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도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받은 시점에 징계사유가 증명됐다며 사측 주장을 배척했다. 아울러 회사가 사고 발생 무렵 교통사고보고서와 A씨 진술을 통해 이미 사고 발생 경위를 인지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개최 시한이 지난 후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의결된 해고에는 단체협약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징계위원회 개최 시한의 기산점,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해석에 관해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