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공노동자를 향한 칼날을 벼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이어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지방공공기관 5년새 189곳 증가
1인당 매출 700만원 감소”

행안부는 27일 지방공공기관 수는 증가한 반면 생산성은 하락한다며 지방공공기관을 구조조정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민간협력 강화와 관리체계 개편 같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방공기업과 지방출자출연기관은 2016년 1천55곳에서 지난해 1천244곳으로 189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은 2억7천100만원에서 2억6천400만원으로 700만원 감소했다.

정책과제는 중앙정부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내용의 110개 국정과제와 대동소이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공기관이 스스로 유사·중복기능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은 민간에 이양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공공기관의 인사·보수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고 복리후생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강제하고, 노동조건을 정하는 노사 자율의 단체협약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재부 29일 공공기관운영위 가이드라인 상정

정부와 공공노동자의 갈등은 우선 정부가 29일 내놓을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서 현실화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을 어떻게 구조조정할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우선 상정한 뒤 기관별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지침 형태로 확정할 전망이다. 남태섭 공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가이드라인에는 정부가 그간 요구해 온 인력 효율화와 보수·복리후생 개선, 재무 건전성 제고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 각 기관별 의견을 기재부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수렴하고,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다시 혁신안으로 담아 공공기관운영위에 재상정하는 절차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요소 가운데 인력 효율화의 쟁점은 공공기관 출자회사 정리다. 출자회사 가운데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설립된 자회사가 대상에 속할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규직화 자회사는 재무 건전성 제고 같은 효과가 없어 대상에 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안갯속이다. 게다가 민간과 경합하는 업무를 민간에 이양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기조도 있어 청소·시설관리 같은 용역업무를 하는 자회사가 배제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이런저런 전망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포함 14개 재무위험기관 구조조정 ‘민영화 논란’

보수·복리후생 개편은 지방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직무성과급제 도입이 핵심이다. 보수·복리후생은 내용상 정부가 공공노동자를 비방하는 여론전을 펼치기에 가장 적합한 주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급여인상 체계, 그리고 복리후생을 갖고 있어 민간의 박탈감을 자극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 공대위가 이런 정부의 여론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관건이다.

재무 건전성은 사실상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가 사활을 걸어야 할 대목이다. 재무 건전성을 빌미 삼아 민영화를 추진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공공기관보다 규모가 크고 부채도 많은 한국전력공사 같은 기관은 사실상 민영화 논란의 최전선이다. 이미 기재부는 한전을 포함한 자원·에너지 공공기관 14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선정해 별도의 개선안을 요구한 상태다.

공대위는 우선 월 1회 대표자회의와 상시적인 실무자급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