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기획재정부의 노동이사제 관련 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지나치게 편협할 뿐 아니라 법률 간 충돌소지도 있다고 비판했다. 시행령 입법예고에 앞서 수정한 지침도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노총과 전국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는 기재부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시행령 입법예고 의견수렴이 마감하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노동이사제는 다음달 4일 시행 예정으로, 기재부는 지난달 10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단출하다. 시행령 21조를 고쳐 △과반수노조가 있을 때는 근로자대표가 노동이사 후보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하고 △과반수노조가 없을 때는 노동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로 2명 이내 임원후보자를 선출해 추천위원회에 추천하도록 했다. 이때 입후보자는 해당 기관 노동자 100분의 5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과반수노조 외 노동자, 선출 기회 박탈”

한국노총은 시행령에서 노동이사 선출방식 세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개정령안에 따르면 복수노조 사업장 후보 추천과정에서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과반수노조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기관 임원추천위원회가 결정하는 구조에서 복수 후보자를 추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1순위 후보자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 보장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노동이사협의회도 선출제도를 명확히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과반수노조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의 후보선출 기회 박탈이 예상되고, 과반수노조가 없을 때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는데 ‘과반 동의’를 조건으로 걸어 개념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가 임원추천위원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법률은 임원추천위원에 해당 기관 구성원 의견을 대변할 사람을 포함하도록 하는데, 소수노조나 비조합원인 노동자 참여 기회를 박탈한 규정상 노동이사는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해 임원추천위원이 될 수 없다”며 “시행령 내 조문 간 상충”이라고 비판했다.

“법률 근거 없이 노동이사 권한 제한하는 지침”

한국노총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을 비판했다. 기재부는 시행령 입법예고에 앞서 지난달 3일 지침을 개정하면서 노동이사는 임원추천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노총은 “법률에서 보장한 비상임이사로서의 임원추천 권한을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지침이 제한하고 있다”며 “지침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지침에서 노동이사의 조합원 자격과 근로자위원·고충처리위원 같은 직을 사임하도록 한 것도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도록 한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노동이사의 자격으로서 노조 조합원 자격 유무는 제도의 취지상 상호배타적 관계가 아니고 노동이사는 기관의 여타 상임이사와 달리 노동자 이익을 대표해 참여하는 이사인 만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의 형식적 해석에 근거해 사용자 이익을 대표한다는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기재부 지침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노동이사의 활동을 지원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종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유사한 유급 활동시간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노동이사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직무수행을 위한 수당과 업무추진비, 공간 등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사와 노동자를 오가는 특성상 불이익처분 금지를 위한 규정 마련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