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감소추세에 있던 산재 사망사고가 이달 들어 급증하면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1년 전에 비해 36.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무리한 작업지시와 때 이른 폭염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1일 노동자 41명이 산재 사망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같은달보다 11명(36.7%) 증가했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명(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23명이 숨졌는데, 1년 전(8명)보다 무려 187.5%(15명)나 증가한 수치다. 50명 이상 사업장 산재 사망사고는 전체 사업장에서 35% 수준이었는데 7월에는 56.1%로 절반을 넘어섰다.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 증가세 주도
안전조치 무시한 채 “빨리 빨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도 이달 들어 산재사망 사고가 급증한 까닭은 무엇일까.
50명(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사고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건설업이다. 이달 들어 21일까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10명이다. 지난해 같은달(2명)보다 400%나 증가했다. 노동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기 단축 압박’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 있는 건설현장에서 여러 하청업체들 간 작업시기와 내용 등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하는데 이런 안전조치들이 무시된 채 혼재작업들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7월 이후 발생한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절반은 건설기계·장비를 활용한 중량물 인양 과정과 적재물 상하차 과정, 기계·장비 이동 과정에서 발생했다. 건설기계·장비 작업반경 내에서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다른 작업을 수행하면서 사망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 중인 경기 김포시 스마트 물류센터 현장에서 숨진 화물차주가 자재 하차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에 깔려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날인 14일에는 경북 포항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던 노동자 3명이 15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나머지 2명도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사고는 크레인을 높이는 작업을 서두르던 중 장비 일부와 함께 노동자가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제조업 역시 가동률이 증가하고 휴가철을 앞두고 생산 일정을 가속화하면서 사고 위험이 높은 비정형 작업과 운반하역 작업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폭우·폭염에 위험요인 늘어
기후변화도 산재 사망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년보다 18일 빨리 찾아온 폭염과 폭우로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수도권·강원·충남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던 12일 오전 10시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우수관 매설 공사를 위해 측량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쏟아져 내린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같은날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거푸집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서울 중랑구 중랑역에서는 폭우 피해를 점검하던 철도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무더웠던 6일에는 천안 공동주택 신축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노동자가 오후 5시께 바닥 타설 작업을 마친 후 계단으로 내려가다 쓰러진 채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폭염은 온열질환뿐만 아니라 주의력 집중을 저해하고 안전장비 착용에도 영향을 미쳐 추락·끼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동부는 주요 건설업체와 최근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라인을 공문으로 보낼 예정이다. 또 현장에서 자체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불시 점검도 추가 실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