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공노협
한국노총 공공노동자들이 기획재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했다. ILO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98호)을 위반해 공공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훼손했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98호 협약을 비준했다. 협약은 올해 4월20일 발효했다.
김동명 위원장 “정부, 민생 외면하고 공공부문 때리기만”
한국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노조협의회(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재부가 헌법이 정한 노동자의 기본권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한 장으로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부문일지라도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체협약을 무효화할 수 없다고 한 98호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ILO 98호 협약 발효에도 공공부문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기재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고유가로 국민 삶이 벼랑 끝에 있음에도 기재부는 민생을 외면하고 공공부문 공격으로만 날을 새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공부문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악의적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투쟁 대오가 무너진다면 최소한의 보편적 공공성은 사라지고 한국 사회는 극단적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12월 예산지침으로 임금·복리후생 결정
이날 공공노동자들은 기재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지침 한 장으로 공공노동자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매년 12월 기재부는 다음해 임금인상률과 복리후생, 사내복지기금 운용 등을 다 통제하는 예산운용지침을 발표한다”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 조항을 위배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노동조건을 모두 적시해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을 위배한다”고 비판했다.
지침은 실제 노사 자율교섭을 제한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금융노조는 산별중앙교섭으로 임금 2.4%를 인상하기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합의했으나 산하 9개 공공금융기관지부는 이를 적용받지 못하고 8곳은 0.9%를, 1곳은 0.4% 인상했다”며 “0.9%는 공무원 임금인상률로, 공무원이 아닌 공공노동자는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기재부가 정한 임금인상률을 적용받아 단체교섭권이 부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시도를 분쇄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류기섭 공공연맹 위원장은 “각종 지침으로 공공노동자 노동권을 박탈하고 이제는 강도 높은 개혁을 하겠다며 민영화를 시도한다”며 “공공노동자는 법대로, 국제표준에 따른 처우를 위해 ILO 제소를 시작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공노협, 헌법소원·행정소송 제기
한공노협은 ILO 제소에 앞서 기재부 지침으로 공공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행정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소송을 대리한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헌법을 포함한 현행 법령상 공공기관 노동자나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고 공공기관운영법은 오히려 공공기관 책임경영 확립을 의무적으로 선언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지침을 통해 노사의 기본적인 근로조건과 복리후생까지 정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성과급을 낮추는 방식을 동원해 단체협약을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헌재는 기재부 지침은 내부적 구속력이 있을 뿐이라며 본안 판정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는데 ILO 98호가 발효돼 정부에 엄격한 책임이 요구될 뿐 아니라 법원도 국제노동기준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