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한 달여 만에 해고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고용형태를 바꿔 복직 명령을 했던 회사가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정규직을 기간제로 변경하고 잡무를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복직 명령은 진정성이 없다는 취지다.
오피스텔 관리원, 입사 한 달 만에 해고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최근 오피스텔 관리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가 항소를 포기해 지난 12일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소방안전관리자 2급 자격을 취득한 B씨는 지난해 2월 경기도 고양시 오피스텔 관리업체인 A사에 정규직 건물시설관리원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그해 3월31일 오피스텔 경리를 통해 구두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입사한 지 한 달이 갓 지난 시점이었다.
갑작스럽게 해고된 B씨는 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그해 4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이후 같은해 6월 다른 회사로 옮겨 일하기 시작했다. 경기지노위는 B씨에게 구제이익이 있고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중노위도 같은 판단을 내리자 사측은 지난해 10월 소송을 냈다.
사측은 B씨가 복직 명령에 응하지 않은 채 다른 회사에 출근했기 때문에 구제이익이 없다고 항변했다. 구제신청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복직 명령을 하고 지난해 4월분 급여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계약직 변경에 잡무 으름장’ 복직 명령
그러나 법원은 “B씨에게 진정으로 복직 명령을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며 중노위 판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 근거에는 채용공고에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 복직 명령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회사는 복직 명령을 하면서 “B씨는 기계설비 자격이 없어 무자격자이므로 오피스텔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오피스텔 근무를 고집한다면 청소, 화단 옮기기 등 잡무를 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계약기간도 애초 정규직으로 기재했던 채용공고를 뒤집고 2021년 12월까지 계약기간을 1년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B씨는 채용공고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자 오피스텔의 소방안전관리자로서 근무할 것을 전제로 A사에 입사했다”며 “그런데 회사가 해고의 부당함을 인정하고 진정으로 복직시킬 생각이었다면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위 진술 “출석 이유로 복직 명령”
노동위원회 심문회의 당시 회사 관계자의 진술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노동위원회의 권고가 있었고 회사 이사의 몸이 좋지 않은데 위원회에 출석해야 해서 복직 명령을 했다”며 “회사 부장이 한 달분 급여를 주면 다른 직장에 취업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B씨가 구제신청 도중 이직해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부분도 구제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0년 2월 부당해고 소송 중 정년이 지나도 해고기간의 임금에 대한 구제명령을 받을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판결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B씨가 다른 회사에 취업해 근무를 시작하기 이전에 경기지노위에 금전보상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금전보상명령신청서를 제출했다”며 “해고 기간 중 2021년 5월분 급여는 지급받지 못했으므로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이익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