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가 2018년 상반기 신입직원 채용설명회를 하는 모습. 2016~2017년 상반기 채용형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이 90% 이상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유튜브 채널 갈무리>
공공기관의 ‘채용형 인턴’이 고정상여금을 받지 못한 것은 불리한 처우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공기관의 채용형 인턴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첫 사례다. ‘채용형 인턴’ 제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됐고, 현재까지 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인턴기간이 지나면 전부 혹은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대개 정규직과 처우에 차별을 두는 터라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 없이 ‘채용형 인턴’ 모집
법원 “별도 요건 없이 인턴만 배제”
20일 대구지법 민사12부(재판장 채성호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한국가스공사 직원 A씨 등 280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가스공사가 2016년 하반기 채용형 인턴을 대거 채용하면서 시작됐다. 공사는 2018년 상반기까지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채용공고를 내고 채용형 인턴을 뽑았다. 당시 정규직 신규채용은 없었다. 인턴은 약 3개월의 인턴을 거쳐 80~90%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채용형 인턴들은 인턴 근무기간 고정상여금을 받지 못하자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또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채용형 인턴 근무기간이 재직기간에서 제외돼 인센티브 성과급을 적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측은 채용형 인턴이 정규직과 다른 업무를 수행했고, 인턴 당시 신규 채용된 정규직이 없어 비교 대상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고정상여금 미지급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인턴들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정규직을 인턴의 차별 처우 비교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턴들이 정규직과 동종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은 2년여간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고 봤다. ‘정규직에 준하는 수준의 업무’를 부여한다고 기재된 채용형 인턴 운영 매뉴얼도 근거가 됐다.
그러면서 인턴에게 고정상여금을 주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사는 별도의 고정상여금 지급요건을 정하지 않고 있고, 근무기간이 60일 또는 30일 미만인 정규직에 비해 채용형 인턴의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며 “채용형 인턴에 대해서만 고정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공사가 높은 정규직 전환율을 홍보하고 실제로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 부분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2016~2018년 동안 채용형 인턴 모집만이 공사의 유일한 인력 수급 방법이었다”며 “채용형 인턴 제도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유사한 인원의 정규직 근로자를 신규 채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인턴, 재직기간 제외도 불합리”
공공기관 전반 영향 “차별 시정해야”
채용형 인턴 근무기간이 재직기간에서 제외된 부분도 불리한 처우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채용형 인턴이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사람에 비해 채용된 시점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며 “채용형 인턴 근무기간이 취업활동을 준비하는 기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도 채용형 인턴 근무기간을 재직기간에서 제외하여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유사한 형태로 채용했던 공공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A씨 등을 대리한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이번 판결은 동종·유사 업무 종사자에 대해 최초의 채용 형태를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사용자들이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형 인턴 제도를 활용하면서도 인턴 기간을 재직기간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고 있는데, 이번 판결 취지에 따라 차별 시정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채용형 인턴 제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공기관 24곳에서 받은 ‘최근 10년간 체험형·채용전제형 인턴 채용 현황’에 따르면 채용형 인턴은 2016년 2천34명에서 2020년 790명으로 60%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