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노동자 반대에도 취임식을 강행했다.

강 회장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을 저지하며 입구에 드러누운 노동자를 넘고 진입해 취임식을 열었다. 노동자들은 강 회장이 노동자를 넘고 입성했다며 불복종 운동과 퇴진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KDB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부의 출근저지 집회가 끝난 뒤 진입을 시도했다. 지부는 지난 8일부터 강 회장 출근저지 집회를 해 왔다. 출근시간 이전인 8시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집회한 뒤 노동자들이 각기 사무실로 복귀해 정상업무를 하는 방식이다.

지부 관계자는 “강 회장은 직원들이 각자 사무실로 출근하고 노조와 지부 간부만 남아 있을 때 진입을 했다”며 “저지하기 위해 입구에서 농성을 했는데 누워 있는 빈 공간을 디뎌가며 출근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접촉은 없었지만 마치 노동자를 밟고 지나가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지부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강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지부는 “강 회장이 결국 집회 시간을 피해 직원을 밟고 넘어 출근을 강행했다”며 “공공기관 낙하산 저지투쟁 역사에 볼 수 없었던 미증유의 사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바람에) 이미 산은의 연간 이직 숫자에 가까운 40명이 이직했고, 이 순간에도 직원의 동요와 줄퇴사가 계속된다”며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강 회장은 직원 동요를 진정시키는 대신 법 개정 전까지 추진할 수 없는 산은 부산이전 고집을 꺾지 않고 정부·여당 눈치를 보며 부끄럽게 입성하는 길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강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7일 산은 회장으로 임명되고 2주가 지났다”며 “엄중한 경제 상황과 산적한 현안을 고려할 때 경제와 산은 구성원을 위해서라도 회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중요해 출근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 회장은 출근에 앞서 산은 노동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본점 이전 등 현안사항은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할 것”이라며 “구성원 목소리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