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보건공단
고용노동부가 하반기 중대산업재해 사건 수사의 초점을 종사자 의견청취와 경영책임자의 유해·위험요인 개선 이행·점검 여부에 맞출 것이라고 예고했다. 적어도 자신의 사업장 혹은 동종업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경영책임자가 점검했는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같은 종사자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마련했는지, 여기서 논의된 내용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수사 과정에서 주요하게 보겠다는 의미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경영책임자가 반기마다 점검하도록 규정한 내용들이다. 법 시행 6개월이 지난 만큼 해당 규정의 이행 여부가 중대산업재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하반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과 관련 지침 개정작업에도 착수한다.
경영책임자 찾느라 수사 늦어져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올해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에서 뜨거운 이슈는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개막일인 4일 오후 노동부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수사 과정에서의 주요 쟁점을 설명하고 질의에 응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강검윤 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이 진행한 세미나에는 400여명의 참가자가 몰릴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올해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6월 말까지 249건의 중대산업재해(직업성 질병 2건 포함)가 발생해 노동자 25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망사고는 38건(13.3%) 줄고, 사고사망자는 29명(10.1%) 감소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처벌과 관련한 중대재해처벌법 6조의 성립과 관련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올해 상반기 수사가 길어진 배경에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검윤 과장은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를 둘러싼 다툼으로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경영책임자를 규정한다. 보통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이에 해당한다.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있더라도 경영책임자가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경영책임자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되려면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현장소장을 인사 조치하거나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상대방에게 대표이사에 준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 강 과장은 “수사 과정에서 경영책임자가 전권을 CSO가 행사했다고 발뺌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경영책임자의 이행점검 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CSO보다 논란이 되는 건 대표이사가 복수인 경우다. 노동부는 상반기 수사 과정에서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2명의 공동대표를 모두 입건한 경우도 있었고, 복수의 사업부문 대표가 있는 경우 생산공정 전반을 총괄하는 대표이사만 특정한 사례도 있다.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상반기 중앙행정기관 한 곳, 지방자치단체 두 곳, 교육청 한 곳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됐다.
“모호한 내용 명확하게 시행령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3호는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상반기에는 수사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했는지 여부만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유해·위험요인 개선과 이행점검에 무게를 싣는다. 강 과장은 “(시행령 4조3호의)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된다는 의미”라며 “수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유해·위험요인의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재해예방을 위한 예산의 규모는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기업이 유해·위험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방침이다.
시행령 4조7호는 종사자 의견을 청취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했다. 이 역시 하반기 중대산업재해 수사에서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노동부는 예고했다.
하반기 법령 개정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강 과장은 “위임된 범위 내에서 명확하게 연내에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해석과 관련한 지침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안전보건 담당자) 업무에 용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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