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터널을 파고 바위를 깨는 업무를 하다가 장해등급 기준인 40데시벨 이상의 청력이 손실됐다면 소음성 난청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청력 저하 정도가 인정기준에 미달한다고 봤지만, 법원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손혜정 판사)은 최근 전직 굴진 노동자 A(6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1년4개월 만의 1심 결론이다.
퇴직 직후 ‘소음성 난청’ 진단
엇갈린 검사 결과로 공단 부지급
A씨는 1986년부터 광업소와 터널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퇴직 직후인 2017년 2월 양쪽 감각신경성 청력 손실과 이명,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이에 장해급여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의 1·2차 특별진찰 결과를 토대로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됐고, 감각신경성 난청 소견을 보이지만 청력 저하 정도가 40데시벨에 미달한다는 이유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은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돼 한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인 경우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하고 있다.
A씨는 “양쪽 귀의 청력 손실이 40데시벨을 웃돈다”며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그는 “2차 특별진찰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 결과와 주치의 진단서에 따르면 양쪽 귀에서 40데시벨 이상의 청력 손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A씨 주치의는 가장 좋은 청력을 우측 43데시벨, 좌측 47데시벨로 측정했다. 공단 병원의 직업환경의도 1차 진찰 결과에서 “노인성 난청이 복합돼 있지만, 업무관련성이 높다”는 소견을 냈다.
반면 세 번에 걸쳐 실시한 2차 진찰 결과에서는 평균 30~39데시벨의 청력을 보였다. 공단 자문의는 소음에 대한 노출 병력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 감정의는 “소음성 난청은 비가역적 청력 손실로,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다”며 1차 진찰 결과가 더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인정기준 충족”
법원 “다른 검사를 하나로 간주, 위법”
법원은 A씨의 소음성 난청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상병이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인 40데시벨을 충족하고, 상병과 업무로 인한 소음 노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A씨가 일한 작업장의 2017년 소음 측정 결과가 85데시벨 이상(광업소 86데시벨·터널공사 현장 88데시벨)으로 나온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과거 작업환경이 더 열악했을 것이므로 A씨의 평균 소음노출 수준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국 산재보험법 시행령이 정한 인정기준의 소음노출 기간인 3년을 현저히 초과하는 기간 인정기준의 소음 정도인 85데시벨을 넘는 소음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공단의 판정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1차 특별진찰 결과와 공단 직업환경의 소견, A씨 주치의의 검사 소견을 도외시한 채 신뢰성이 더 떨어진다고 보이는 2차 특별진찰 결과의 최소 가청역치만을 기준으로 삼아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정한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1·2차 특별진찰 결과 사이에는 11개월의 간격이 존재하고 검사 기관도 달라 하나의 검사로 간주해 그중 가장 낮은 역치를 청력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다.
아울러 A씨가 고령으로 검사에 서툴렀을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차례 검사를 시행하던 중 A씨의 청력이 좋게 나온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에 미달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