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14일 “노조 결성 또는 가입을 이유로 한 근로자 집단해고 및 노조탈퇴 종용, 괴롭힘 및 각종 불이익 취급, 노조와해 추진 문건 등 전근대적인 노동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각각 의견표명과 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부당노동행위 인정률 7.4%, 부당해고 34%에 못 미쳐
연구용역 결과 “설립 뒤에도 노조활동 감시 그대로”
인권위는 2019년 9월 노조설립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불이익·해고 등 인권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2020년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지난해 9월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실효성 확보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기본권 실질적 보장을 위한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 이 같은 의견표명과 권고를 했다.
법원과 노동위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이 노동자 또는 노조에 있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20년 노동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 인정률은 7.4%로, 부당해고 인정률 34.0%와 차별시정 인정률 40.3%에 비해 크게 낮다. 회사 정보에서 소외된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조합 설립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최근 설립된 단위노조 임원·간부와 조합원 306명은 설문조사에서 노조설립 전보다 후에 위법·탈법·편법 같은 위험부담이 적은 교묘한 형태의 인권침해 행위가 늘어났다고 했다. 또 노조설립 뒤 근로조건이나 회사 문화, 노동복지는 좋아졌지만 노조활동에 대한 감시·견제는 줄지 않았다.
반면 부당해고는 근로기준법상 입증책임 규정이 없지만 법원은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해석하고 있고, 고용상 차별사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상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차별시정 신청 사건에서도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진다. 노동자와 사용자 간 분쟁시 구조적 특성상 증거의 대부분이 사용자에게 있어 노동자측 증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한 취지다.
“노조 결성·가입 이유로 해고·괴롭힘·불이익 계속”
국회·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제도개선 입법 촉구
인권위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을 일반 민사소송 원리에 따라 노동자가 부담하게 해석하는 법원과 노동위 입장이 변경되지 않는 상황에서 입법적 해결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부당노동행위 관련 분쟁시 입증책임을 사용자가 지도록 하는 규정을 81조(부당노동행위)3항에 신설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인권위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는 한편 81조보다는 82조(구제신청)나 83조(조사 등)에 신설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한정해 적용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노동위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에 ‘증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 노동자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노동위가 직권 또는 당사자 신청에 따라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해당 문서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법 23조(위원회의 조사권 등)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하청노동자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예방·규율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나 노조활동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력·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도록 노조법 2조2항 ‘사용자’ 규정을 확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회가 관련 법률안을 조속히 논의해 입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현재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 이외에 인권위가 권고한 노동위원회법과 노조법 개정의 경우는 노동부가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정부안으로 제출하는 방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