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가 받는 ‘보수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보수교육이 법령상 운전종사자와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부과된 의무이므로 교육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년에 한 차례 보수교육 진행
법원 “회사 지휘·감독 따라 실시”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2일 전남 순천의 버스회사인 S사의 운전기사 A씨 등 1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3년6개월 만이다.
S사 운전기사들은 전남 교통연수원이 실시하는 하루 4시간의 교육을 1년에 한 번씩 받았다. 운수종사자는 신규·보수·수시교육을 받도록 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에 따른 교육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보수교육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지 않고 무급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자 A씨 등은 보수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하므로 이에 따른 시급과 초과근로 가산임금을 지급하라며 2018년 12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보수교육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운전자 보수교육은 회사의 지휘·감독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교육시간은 근로시간”이라고 판시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교육의 주체가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여객자동차법(25조1항)에 근거를 둔 운수종사자에 대한 보수교육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교육시간의 근로시간 해당 여부과 관해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의 내용과 취지 △교육의 목적 및 근로제공과의 관련성 △교육의 주체 △사용자의 의무 여부 △근로자가 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때 받을 불이익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보수교육, 법령상 의무”
만근일 초과한 근로에 휴일수당 지급해야
보수교육과 관련해 대법원은 “운전기사와 사용자인 운송사업자 모두에게 부과된 법령상 의무”라며 “운전종사자의 적법한 근로제공과 운송사업자의 운전업무에 종사할 근로자 채용·결정에 관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이 노무 제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취지다.
사업주가 교육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인허가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노선 폐지 등의 사업계획 변경명령을 받게 되는 불이익이 법률에 규정돼 있는 부분도 근거로 삼았다. 또 “직원은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고 정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도 작용했다.
A씨 등을 대리한 오세정 변호사(법무법인 신효)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업무와 관련해 교육받은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의 일반원칙을 최초로 제시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에서는 ‘만근일을 초과한 근로’를 휴일근로로 볼 것인지도 다퉈졌다. S사는 2016년 단체협약에 소정근로일수를 월 13일로 정했다. 그런데 A씨 등은 매달 평균 15~16일 근무했는데도 휴일근로수당을 받지 못하자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1·2심은 “만근 초과 근로일 근로는 근로기준법상 가산수당이 지급돼야 하는 휴일의 근로에 해당한다”며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휴일근로에는 근기법(55조)이 정하는 주휴일 근로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해 휴일로 정해진 법정공휴일 등의 근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단체협약에는 근무일이 아닌 잔여일은 주휴일이 포함된다고 정했는데, 이때 근무한 부분도 휴일근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휴일근로에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해 휴일로 정해진 날의 근로도 포함된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원심을 유지했다.